▲4.3 희생자 각명비1만4천여 명의 희생자 이름과 나이 사망장소,일시가 새겨져 있다.
황의봉
4·3평화기념관으로 들어가 상설전시관을 한 바퀴 돌았다. 4·3의 발발, 전개, 결과, 진상규명 운동까지 관련 사진과 설명, 시청각 자료를 동원해 관람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한 점이 돋보였다. 이 전시관은 갈 때마다 느끼지만 제주 4·3뿐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잘 정리해주고 있다. 지인들도 이구동성으로 우리 현대사를 너무 모른 채 살아왔다고 토로하며, 역사 공부 많이 했다고 좋아한다.
4·3평화공원의 마지막 코스는 기념관 1층의 카페다. 여기서 휴식을 취하면서 자연스럽게 4·3을 화제로 올렸다. 마침 카페 한쪽에 4·3 관련 책자들이 진열돼 있었다. <순이삼촌>을 비롯해 4·3을 주제로 한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었는데, 판매도 하고 있어 몇몇은 읽어보겠다며 책을 샀다.
원래 계획은 다랑쉬오름을 거쳐 용눈이오름으로 가는 길에 다랑쉬굴을 보여주려 했으나 비가 오는 바람에 생략해야 했다. 4·3 당시 학살의 광풍을 피해 다랑쉬굴로 숨어들었던 다랑쉬 마을 사람들이 끝내 나오지 못하고 죽어야 했던 안타까운 현장이다. 답사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둘째 날은 서귀포와 성산에서 보내고, 마지막 3일째는 대정읍 지역으로 향했다. 이곳이야말로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대상 지역이다. 우선 송악산 아래 해안절벽 진지동굴부터 둘러봤다. 일제의 가미카제(神風) 자살특공대처럼 어뢰정을 타고 적의 군함에 충돌해 자폭하는 일본 해군의 자살특공대 기지다.
일제는 제주도 곳곳에 구축한 전쟁 시설물에 대한 미군 함정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자폭용 목제 고속정 부대인 신요오(震洋) 특공대와 인간어뢰인 카이텐(回天) 특공대를 1945년에 편성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성산일출봉과 함덕 서우봉 해안, 서귀포 황우치 해변과 모슬포 송악산 해안 등 곳곳을 파헤치고 뚫었다.
카이텐 특공대는 조정장치와 스크루를 단 어뢰를 조종사가 직접 몰고 적함을 들이받아 자폭하는 공격 부대다. 이 어뢰를 숨겨 놓기 위해 판 진지동굴이 송악산 해안에서 17개소가 발견됐다고 한다. 해안 진지동굴 안으로 들어가 보고는 모두가 혀를 내두른다. 텅 빈 동굴을 보니 단단한 암석을 뚫기 위해 동원됐을 당시 제주도 민초들이 떠오른다. 얼마나 고생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