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때 기념으로 무료로 해준다고 해서 새긴 타투다. 인드라망무늬는 원래 한 사람인데 부러 두 사람으로 바꿔 새겼다고 한다. 돌팍과 망둥이 아닐까 싶다.
나익수
싱겁게 끝난 병역거부 선언은 페미니즘을 낳고
화목씨는 브런치(brunch.co.kr)에 글을 쓴다.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로 써서 여기에 싣는다. 농부 이야기, 평화 이야기, 페미니즘 이야기 들이다. 이 가운데 <페미니스트는 무엇인가요?>, <여자는 집사람>, <'미투'당하고 싶으세요>라는 글이 눈길을 끌었다.
김화목씨에게 페미니즘은 어떻게 스며들었을까?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물었다. 딱히 없단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도 했고, 당연한 거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화목씨는 정규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비롯해 역사, 몸의학, 우리말 등을 공부했다. 특히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군대를 살인 연습을 하는 곳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병역거부를 마음먹었다고 한다.
20살쯤 군대 가야 할 때가 다가올 무렵 방법을 찾다 '전쟁없는세상'과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라는 단체를 만났다. 좋은 활동이 많아 지금까지도 이 단체와 인연을 이어 오고 있다. 여러 활동 가운데에는 페미니즘 활동도 있었다.
병역거부 선언을 하려고 3년 남짓 해마다 영장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알고 봤더니 학력이 없어 공익 처분을 받게 되는데, 화천에 공익 활동을 할 만한 곳이 없어 기다리기만 하다가 결국 '장기 대기'로 면제를 받았다.
병역거부 선언은 싱겁게 끝나 버린 셈이지만 '페미니즘은 존중'이라는 그의 생각은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숱한 존재를 존중하는 태도는 곧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모습과도 같지 않을까 싶다. 화목 씨 팔뚝에 새긴 타투 무늬가 그걸 말해 주는 듯하다.
참, 화목 씨가 인상 깊게 읽은 페미니즘 관련 책을 독자들께도 소개한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이다. 읽어 보면 좋겠다.
농부로서 자부심을 담아내는 잡지 만들고파
김화목이라는 사람에게 농사란 무엇일까? 어린 시절 일곱 식구가 선이골에서 농사지으며 살 때의 경험과 기억이 농부의 길을 가게 하는 에너지가 아닐까 싶다. 자급자족의 원칙과 생태적인 삶, 대안교육을 실천하는 부모님께 교육을 받으며 자란 영향도 있었을 테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면 어머니가 뭐라고 하실 것 같다는 얘기를 들으니, 무엇보다 어머니가 지향한 삶의 가치를 늘 마음 깊이 새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야 조그만 텃밭 농사를 지으며 뿌리고 거둘 때 즐거움과 신비를 느끼며 호들갑을 떨곤 하지만, 농부로서 화목씨 마음은 더욱 깊고 무게감이 있는 듯하다.
화목씨는 농사 말고도 재주가 많다. 음악에도 관심과 재능이 있고, 혼자 공부해서 출판까지 해냈다. 뭔가에 깊게 파고드는 성격이라고 한다. 그런 그가 <작은책>이라는 잡지를 구독한 까닭이 궁금했다. <작은책>에 파헤칠 뭔가 있었나?
"한 3년 됐나요? 출판사를 했어요. 잡지를 만들고 싶어 가지고. 그때 구독했어요. <작은책>을 알고 있기도 했고요. 보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알겠다 싶어서 구독했지요."
역시 '돌팍'이다. 마음이 가고 생각이 미치면 용감하게 뛰어든다. 말투로 봐서는 참 순박해 보이는데... 그나저나 잡지라면 어떤 잡지를 만들고 싶은 걸까?
"대단한 잡지보다도 농촌에서 사는 청년들 이야기죠, 그냥. 좀 나아가서 본인의 철학적인 부분, 농사꾼들이 자기 직업에 자부심 갖는 삶들 위주로... 잡지일 수도 있지만 책일 수도 있고요. 농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랄까? 나도 시골에 살고 싶다 생각이 들게 하는 잡지를 만들고 싶어요."
농사를 지으면서 틈틈이 화천에 사는 젊은 농부들과 다양한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가치 중심의 농사를 짓는 청년 농부 몇몇과 이런 고민을 나누고 있다. 다들 한 번쯤은 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나 보다.
혼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니 힘을 모은다면 가능도 하겠다 싶다. 더구나 여자친구가 디자이너이니 금상첨화 아닌가! 농사일이 정해진 시간에만 하는 게 아닌 만큼 안정되고 지속되게 청년 농부들이 만나기가 어렵기는 하겠지만 이들의 꿈이 조금씩 실현되어 갔으면 좋겠다.
농장 레스토랑으로 오세요
김화목씨에게 농사는 대물림하고 싶은 자부심이라고 한다. 지금은 좌충우돌하며 친환경 농사를 짓지만 잠깐 관행농을 하기도 한다. 자기 땅에 투자를 하여 땅을 살리는 유기농을 하기 위해서 빚으로 땅을 사기도 했다. 그는 어떤 꿈을 꿀까?
"철학적으로 유기농을 하고 싶어서 무리를 해서 땅을 샀어요. 유기농의 본보기를 보여 주고 싶어요. 주로 체리나무를 유기농으로 심고 길게는 농장 레스토랑을 만들려고 해요. 주위로는 다 밭이 있고, 가운데 자그마한 레스토랑을 지어서 사람들이 와서 농장 체험도 하고, 밭에서 나온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그걸 만들고 싶은 게 가장 큰 꿈이에요."
생각만 해도 참 멋지고 따라 하고 싶은 꿈이다. 나도 소박하게라도 이런 꿈을 실현해 볼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요즘 광고처럼 '지~금 이 순간' 실행에 옮겨야 할 텐데, 망설이고만 있는 나를 확인하고 말았다. 그래도 꿈은 소중하니까...
제대로 자기만의 농사를 지은 지 네 해째. 앞날을 생각하면 순식간이겠지만, 돌아보면 짧지 않은 기간일 테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고 그 변화 속에서 내면의 변화와 성장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 농사를 지으면서 스스로 달라진 점을 물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달라진 건 농사의 규모가 커진 거죠. 그러다 보니 화천에서 입지가 굳어지니까 내면으로는 첫째 자기합리화, 둘째로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고, 셋째로는 농사를 더 크게 더 많이 지으려는 욕심이 커지는 거예요. 아마도 돈 때문일 겁니다. 다른 면에서는 확실히 점점 부지런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변화가 자신을 향한 성찰로 이어져 더욱 단단하게 성장하는 농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작은 만남'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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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고 3만 평 농사까지 짓는 청년, 이렇게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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