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재선 의원들과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들이 보수야권의 대선후보로 나섰기 때문이다.
윤석열과 최재형은 사실 현 정부에서 기용된 '관료'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현 정부에 지속적으로 '저항'하면서 쌓은 이미지에 의해 야권의 대통령 후보로 '변신'했다. 그러나 고위직 관료란 집권층의 가치 판단과 지시에 충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에 '저항'하거나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대표자에게 권력을 위임함으로써 집단 전체에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권한을 부여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집권층에 대한 고위 관료의 '저항'?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미국이 고위공무원단 제도(SES, Senior Executive Service)를 도입한 것도 바로 고위공무원의 신분보장을 완화해 집권층에 저항하거나 비협조적인 혹은 성과가 낮은 고위공무원을 해직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짐으로써 그들을 통제하려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다.
2012년 현재 미국 고위공무원단은 8004명으로서 성과가 좋지 않으면 언제든 탈락시킬 수 있다. 공석이 있을 경우엔 민간인도 지원할 수 있다. SES에는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정무직도 포함되는데 정무직은 SES 전체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한 미국의 연방공무원은 근무성적평정의 결과 '불가(unacceptable)' 판정에 의해서도 강임이나 면직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완전한 신분보장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독일에서도 고위공직자에 대한 해임이 제도화돼 있다. 독일은 바이마르공화국 수립 후 이전 시대에 임명됐던 '왕당파 공무원'들을 통제하고 장악하기 위해 정부의 정치적 의도 및 목표와 지속적으로 일치하는 것을 필요로 하는 관직에 취임하는 정치적 임용직 관료는 언제든지 이유를 명시하지 않고도 해임(Einstweiliger Ruhestand)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와 같은 폐쇄형 계급제도의 공무원 시스템은 거의 발견할 수 없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외부로부터의 진입이 철저하게 차단된 채 내부 자체적으로만 독점적으로 승진하고 운영된다.
이렇게 외부와의 경쟁이 전무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외부 사회의 환경 변화에 전혀 개의치 않게 되고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의식은 존재하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권위주의적 조직문화 속에서 이 땅의 관료집단은 필연적으로 보수화되고 기득권화된다. 여기에 '철밥통' 신분까지 보장되니 우리 사회에서 강력한 특권세력으로 성장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이 공무원 신분보장은 박정희 군사정권을 거치며 정비되어 전두환 정권 시기 거의 완성됐다.
공무원 신분보장과 특권세력화 위해 국가·국민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