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표 문신을 한 끝검은말매미충.식물의 영양액을 빨아먹으므로 농부들의 미움을 받는다.
이상헌
매미충은 농작물의 줄기에 무리지어 발생하므로 농부들의 미움을 받는다. 수확량과 품질을 떨어뜨리고 심할 경우 식물이 말라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종이 있다. 한자로 부진자(浮塵子, Jacobiasca formosana)라고 부르는 매미충이 그렇다. 몸 길이가 3mm 정도의 작은 초록색 곤충이다.
매미충 5마리가 최고급 차를 만든다
대만의 청차 중에서 유명한 동방미인(東方美人)은 부진자가 갉아 먹은 찻잎으로 만들기에 농약을 칠 수 없다. 매미충이 주둥이를 꼽고 영양액을 빨아먹은 찻잎은 타액(소화효소)에 의해 그 맛과 향이 배가 된다고 한다. 잎은 시들고 흑갈색으로 말라버리는데 특별한 맛을 선사한다니 무척이나 흥미로운 얘기다. 똥커피 루왁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찻잎을 따서 비비고 덖어서(물 없이 볶음) 녹차를 만든다. 이 제다 과정에서 완전 발효를 시키면 홍차가 나온다. 동방미인은 이 중간쯤에 있는 반발효차다. 생산량이 적으므로 고가일 수 밖에 없으며 여러 별칭으로 불리운다. 백호우롱(오룡)차 또는 팽풍차(膨風茶)라 칭한다.
전자는 찻잎의 솜털이 '동물의 하얀 털'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후자에 대해서는 대만의 짱유화(姜育發) 박사가 자신의 책 <차과학 길라잡이>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동방미인의 토속 이름은 팽풍차다. 객가인들 언어로서 '허풍'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