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월 인생, 드디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다(?)
김종수
서운함이 당연함으로, 좀 더 노력이 필요했다
마음이 상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아빠가 되어 가지고 생후 2년도 되지 않은 아들한테 삐지겠는가, 아님 '네가 이렇게 나오니까 정말 속상해'라고 속을 털어놓고 대화를 나누겠는가. 그냥 속으로 끙끙 앓으며 아들과 좀 더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상당수 아빠들이 자녀와 애착관계 형성이 잘 안되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적어도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영화에 나오는 좋은 아빠와 아들처럼 함께 시간도 많이 보내고 친구처럼 얘기도 나누는 그런 부자 관계로 만들어가고 싶다. 서로 잘해야지 마음은 있어도 한 공간에 있으면 침묵만 흐르는 그런 사이는 절대 싫다.
어느 날 생각해보았다. '열심히는 하고 있지만, 진짜 엄마가 하는 것 반의 반이라도 하고 있을까?' 진지한 고민 끝에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엄마는 사랑하는 자식에게 집착이라는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 10개월 임신 기간 동안 아기를 위해 감기에 걸려도 꾹 참고 약을 먹지 않는가 하면 출산 후에도 채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오직 아기 생각뿐이다.
솔직히 나는 지금처럼 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처음에는 갑자기 만들어진 육아 환경에 적응이 안되어 괜스레 짜증도 냈고 혼자만의 시간을 그리워하는 등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반면 아내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아기에게 표정 하나까지 신경 쓰는 등 적응기 없이 엄마의 사랑을 보여주었다. 현재의 나는 나름대로 시행착오도 겪고 육아를 하면서 아들과 정도 더욱 들어가는 등 시간의 도움을 받은 케이스다.
더 신경을 쓰고 애정을 기울이려고 노력했던 탓일까. 다행히 최근에는 예전보다 더욱 많이 좋아졌다. 어디 나갈 때 '아빠 안고'라고 말하면 쪼르르 달려나와 안기는가 하면 아침에 깨어나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멍하니 누워있으면 아장아장 걸어와서 내 배를 베개 삼아 다시금 잠이 든다. 토닥토닥 재워줄 때도 예전에는 엄마 손만 찾았다면 지금은 아빠 손도 거부하지 않고 잘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엄마와 뽀뽀를 하다가도 내가 근처에 있으면 다가와서 '아빠도 뽀뽀' 그러고 엄마에게만 부탁하던 여러 가지 요구를 나에게도 함께한다. 무엇보다 기분 좋은 것은 넘어져서 아프거나 자다 일어났을 때 '엄마' 하고 울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엄마, 아빠'로 바뀌어가고 있다. 엄마란 말과 함께 아빠라는 단어에도 많이 익숙해져 가는 아들이다.
어찌 보면 서운했던 것은 나의 급한 마음이었지 싶다. 나도 아빠로서 적응기가 필요했던 만큼 그 부족했던 공백을 채울 시간이 아들에게도 필요했다. 애착관계라는 것은 내가 판단할 게 아닌 아기의 반응과 행동에서 찾아야 했다. 적어도 서운함과 기쁨이 반복되다 보니 아빠로서의 멘탈(?)은 나름대로 튼튼해진 상태다.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아들과의 사이 속에서 부모로서의 마음도 배워간다. 아들, 2순위여도 좋으니, 지금 현재 순위 평생 가져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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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농구카툰 'JB 농구툰, '농구상회'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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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찾는 아들, 2순위 아빠여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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