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뜬금없는 '8월의 크리스마스' 행사에 논란

등록 2021.08.27 13:48수정 2021.08.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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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역 앞 첫마중길에는 각종 전구로 ‘MERRY CHRISMAS’라는 글씨를 새긴 조형물과 크리스마스트리 등으로 조성된 루미나리에가 밤 10시까지 밝혀져 있다. ⓒ 신용훈

 
전북 전주시가 "코로나19로 지친 시민을 위로하고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며 '뜬금없는' 크리스마스 행사를 열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불교계는 "전주시가 시민들의 혈세를 들여 특정종교 홍보에 나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주시는 8월23~29일 전주역과 전주한옥마을 일원에서 '전주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의 잃어버린 크리스마스(LOST CHRISTMAS)'를 부제로 진행되고 있는 이 행사는 전주한옥마을 8월의 크리스마스 가든, 전주역 첫마중길 루미나리에, 산타클로스 비대면 횡단보도 공연, 메타버스(가상공간) 내 크리스마스 체험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주한옥마을 앞 꽃밭정원에는 '크리스마스 꽃'으로 불리는 포인세티아와 크리스마스트리, 각종 조형물이 설치돼 때에 맞지 않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또 전주역 앞 첫마중길에는 각종 전구로 'MERRY CHRISMAS'라는 글씨를 새긴 조형물이 밤 10시까지 도로를 밝히고, 전주역 인근 횡단보도에서는 지역 예술가들이 산타클로스로 분장해 공연을 진행해 마치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처럼 홍보하고 있다.

전주시는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전주 8월의 크리스마스' 행사는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과 전주를 찾은 방문객에게 크리스마스가 상징하는 온기와 화해, 화합의 의미와 더불어 전주에서 맞은 한여름 밤의 추억을 선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는 애초 예수 탄신을 기리는 기독교의 순수 종교행사라는 점에서 "지자체가 시민들의 혈세를 들여 기독교 홍보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기에도 맞지 않는 특정종교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종교가 다른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해 종교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주한옥마을 앞 꽃밭정원에는 ‘크리스마스 꽃’으로 불리는 포인세티아와 크리스마스트리, 각종 조형물이 설치돼 때에 맞지 않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신용훈


 

전주역 앞 첫 마중길에 만들어진 8월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트리와 산타클로스로 치장된 루미나리에. ⓒ 신용훈


이영배 전북불교회관 사무국장은 "크리스마스 자체가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날을 의미하는데 8월에 그런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이런 불편부당하고 특정종교의 색채를 강하게 띠는 행사를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자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성규 대불청 전북지구회장도 "전주시가 상가 활성화를 위한다고 하지만 코로나19로 외국인이나 국내 관광객이 없고, 전주한옥마을 특성을 살리지도 못하는 뜬금없는 행사에 왜 예산을 사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특정종교를 찬양하는 행사를 8월에 여는 전주시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더 강력한 방역대책을 세워야 할 전주시가 대규모 인원들이 모일 수 있는 이런 행사를 기획했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행단체장은 "첫마중길을 지나가면서 이 더운 여름에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진행요원이 아무도 없는 입구를 지키며 서있는 것을 보면서 누구를 위한 크리스마스인지 궁금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신행단체장은 "본래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주시가 충분한 검토 없이 이런 행사를 진행해 물의를 일으킨 것은 문제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러한 행정실수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중요한데 전주시의 입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담당자는 "관광콘텐츠로서 크리스마스는 계절적, 이벤트적인 요소로 기획되었으니 종교적인 색채로 해석하는 것은 지양해 달라"며 "무덥고 힘든 여름을 날리고 시원한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해 소규모 포토존 설치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천주교의 세계평화의전당, 템플스테이, 사찰음식체험 등 종교자원 역시 문화부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관광자원으로 연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기독교와 천주교의 교세가 강성한 전주시는 승암산(천주교 주장 치명자산 성지), 세계종교문화축제, 세계순례대회, 아름다운순례길, 6대종교성지화 등의 종교편향 정책으로 지역불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덧붙이는 글 법보신문 온라인에도 게재 되었습니다.
#전주시 #종교편향 #한옥마을 #첫마중길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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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자이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계기로 불교계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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