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황정민 편 화면 캡쳐그는 영화 속 생생한 캐릭터 표현의 비결로 자신이 맡은 역할에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서 취재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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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배우 황정민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영화 속 생생한 캐릭터 표현의 비결로 자신이 맡은 역할에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서 취재를 한다고 했다. 기자가 취재하듯 생생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노트 한 권 분량으로 정리하고, 다시 그것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연기로 표현한다고 했다.
예로, 영화 <국제시장> 때도 파고다 공원에서 노인들을 취재했고, 영화 <로드무비> 때는 노숙 인물의 분석을 위해 서울역에서 일주일을 노숙생활을 경험했다고 했다. "이리저리 쫓기고 발로 차이고 밥도 같이 타다 먹고" 했다는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적인 경험담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누적 관객 1억 명이라는 국가대표 배우 타이틀이 괜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던 것 같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위한 노트 한 권 분량의 디테일한 분석. 황정민 배우의 이런 노력을 마주하며, 나는 나의 글을 세상에 펼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우선 생각했던 것 같다. 쉽게 쓰고, 되는 대로 자판을 두드리고, 때로 정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도 두루뭉술 적당한 표현을 선택하며 넘기고...
잠시 반성하며 나를 돌아보는 데 황정민 배우가 묵직한 한 방을 또 던졌다.
"남의 인생을 쉽게 살 수 있겠어요? 그리고 관객분들이 돈을 내고 보잖아요. 그만큼 책임감이 있어야 해요."
책을 낸다면? 내 글이 공공의 영역에 던져진다면? 사람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입장이라면? 나의 책임감은 무엇일까. 과연 내놓을 만한 글인지, 그들이 돈을 내고 사 볼 만한 책인지. 독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적어도 노트 한 권 보다는 깊이 생각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얻었다.
연기로 거짓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배우의 말처럼 글로 거짓말하지 않아야 한다. 연기는 원래 괴로운 거라는 말처럼, 글을 쓰는 것도, 상대의 마음에 다가가는 글을 완성하는 것도 어찌 보면 괴로운 작업이다. 내 삶을 얘기하지만 다른 이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들이 기꺼이 지불하는 값에 책임을 져야 한다. 삶은 '타자에게 빚진 삶의 줄임말'이니까.
삶이란 '타자에게 빚진 삶'의 줄임말이고 나의 경험이란 '나를 아는 모든 나와 나를 모르는 모든 나의 합작품'인 것이다. 누구도 삶의 사적 소유를 주장할 수 없다는 사실과 경험의 코뮌적 구성 원리를 인식한다면, '경험의 고갈'이라는 난감한 사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중)
조지 오웰은 글을 쓰는 동기로 첫째, 개인의 이기심, 둘째, 미학적 열정, 셋째, 역사적 충동, 넷째, 정치적 목적을 언급했다(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중). 내가 글을 쓰는 동기는 무엇일까. 책을 완성하고 싶다는 개인의 이기심이 가장 앞선 때문이겠지만 그것만으로 점철된 글은 아니기를 빌어 본다.
무거운 마음으로 일어나는 아침, 알람이 도착했다. 내가 쓴 글에 댓글이 달렸다는 알람이다. 글을 읽고 눈물이 났다고 적혀 있었다. 공감, 그 감사한 마음의 댓글을 읽고 조금 더 용기를 내 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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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황정민이 던진 묵직한 한 방, 나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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