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3] 사업체 규모별 조직 현황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표3]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통계다. 양대 노총이 발표하는 조합원 숫자보다 축소되었다는 점, 특수고용 노동자가 빠졌다는 점을 한계로 보더라도 흐름을 읽는 것에는 지장이 없다. 100인 미만을 계산해 보라.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77.6%인데, 조합원 비율은 0.48%에 불과하다. 한국 노동운동 실패의 뼈아픈 또 한 사례다.
전통적 방식의 조직화 전략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다. 한국 노동운동은 이들을 조직하려고 오랫동안 노력했고 지금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전통적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성공하지 못했다.
노동공제 운동의 의미
전통적 방식은 사업장별로 조직해서 임금·고용·사내복지 등의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또 전통적 방식은 지불 능력이 있는 재벌·정부·지자체 등에 직접 연결된 하청 노동자를 조직해서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하고 조합원으로 남아 있는 이유다.
그러나 100인 미만 사업장 생태계, 또 노동자 생태계는 그런 조건이 안 된다. 첫째, 사업 자체가 영세해서 노조를 만들어도 얻을 것이 거의 없는 영세 노동이다. 둘째, 규모가 작다 보니 사업주와 노동자가 친밀할 수밖에 없는 대면 노동이다. 셋째, 좀 더 나은 노동 조건을 찾아 수시로 사업장을 옮겨 다니는 이동 노동이다. 넷째, 플랫폼이 대표적인데 집단에 대한 소속감 없이 혼자 일하는 개별 노동이다. 다섯째, 낮은 소득으로 인해 하나의 직업에 몰두하지 않고 이 일 저 일 하는 다중 노동이다.
이들을 전통적 방식으로 조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안이 발생했을 때 잠시 묶어둘 수 있지만, 현안이 끝나면 대부분 노조에서 탈퇴한다. 이들의 노조 가입률이 1%를 넘지 못하는 핵심 이유다.
이들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것은 노조를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탄압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노조에 가입하고 활동하는 것만큼의 혜택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노조할 권리 이전에 노조할 동인이다. 그것은 뭔가의 직접적 혜택이다. 그래야 노조에 가입하고 또 남아 있는 것이다.
노동공제 운동을 구상하고 추진한 배경이다. 금융, 보험, 보육, 교육, 여행, 주거, 일자리, 의료, 소비, 상조, 노후, 법률 등 일상의 삶과 관련된 온갖 품목·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해서 실제 혜택을 주고 계속 남아 있도록 하는 것이 노동공제 구상이다.
그것을 조직화의 동인으로 만드는 것이 노동공제 운동의 의미다. 그것을 통해 그들을 사회의 주체로 세우려는 전략이다. 그래야 노동운동도 바뀌고 사회도 바뀐다는 문제의식이다. 노동공제 운동은 실패한 노동운동의 재구축 전략이다.
10대 90 불평등 문제 심각하게 인식해야
자본주의 초창기에는 사회구성원 절대다수의 기본적 의식주조차 보장되지 않을 만큼 1대 99 불평등은 사회 문제의 핵심 요소였다. 한때 세계의 절반이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한 배경이었다. 그렇지만 물적 토대가 성장하면서 사회구성원 대부분의 의식주 및 최소한의 교육·의료 등이 보장되면서 사회를 더욱 곤란하게 만드는 불평등은 10대 90이다. 자존감이라는 인간의 특성 때문이다.
절대적 차원의 삶이 보장되면, 인간의 계급 계층 관계는 사회체제라는 거시 범주에서 발현되지 않는다. 그것은 가정·골목·장터·직장·거리 등에서 체감되는 일상의 미시 범주에서 발현된다. 즉 일상에서의 대다수 인간은 저 멀리 있어서 비교할 수도 없는 최상위 1%의 부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옆에 있어서 늘 비교 대상이 되는 이웃과의 차이 때문에 더 화가 나고 절망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자신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하는데, 자신에게만 없다고 느끼는 몇십만 원, 몇백만 원에 절망하고 화를 내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자신과 가족의 삶의 질이 달라지고 자존감이 무너지는 현실이 답답한 것이다.
전쟁·재난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인간은 대의를 위해 자신의 것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으나, 일상에서의 인간은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 정도로 좁은 존재다.
차를 몰다가 발생하는 사소한 마찰로 주먹 다툼 벌이고 사법 심판을 자청하는 행동, 별로 많지도 않은 상속 문제로 파탄 나는 가족 관계, 돈 몇 푼 갚았느니 안 갚았느니 단절되는 친구 관계, 누군가의 사소한 비난에 밤잠을 설치는 모습, 술값 5만 원은 아깝지 않고 그 100분의 1도 안 되는 일회용 라이터값은 아깝다는 심리 등 인간 세상에서 어렵지 않게 접하는 현상이다. 이렇듯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인간의 한 특징은 계급 계층 관계에서도 발현된다.
10대 90 불평등 심화는 사회의 연대 및 계급의 단결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10대 90 불평등 심화는 노동자와 사회구성원 전반에 추격과 경쟁 심리를 확산시킨다. 추격에서 낙오한 구성원에게는 절망을 강요한다. 10대 90 불평등의 심화는 한국 노동운동의 조직력과 투쟁력이 무너진 근본 원인이다. 한국 노동운동은 1대 99 불평등 못지않게 10대 90 불평등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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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비정규 노동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 노동시민사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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