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컨닝, 모닝콜... '콩글리쉬' 아닌 일본어였다

[주장] 우리 언어생활 되돌아봐야 할 때... 지금이라도 잘못 쓰는 용어 바로잡아야

등록 2021.08.30 16:27수정 2021.08.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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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은 통상 우리가 '휴대용 컴퓨터'의 의미로 흔히 사용하는 말이지만, 정작 영미권에서는 이런 '컴퓨터'의 의미로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노트북'과 같은 용어를 본래 영어에는 없는 말을 우리나라에서 엉터리로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콩글리쉬'라고 불러왔다. 이러한 말들은 '노트북'만이 아니라 '백미러'나 '모닝콜', '콘센트', '오토바이' 등등 상당히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말들은 모두 '콩글리쉬'라고 의심 없이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오해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말들은 '콩글리쉬'가 아니다. 그 말들은 일본어이다. 일본어를 우리가 그대로 들여와 사용하면서 그 유래와 기원은 사라진 채 '콩글리쉬'라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일본은 자기들이 만들어낸 한자어는 '화제한어(和製漢語)'라고 부르고 있는데, 자기들이 만들어낸 영미권 언어는 '화제영어(和製英語)'라고 지칭하고 있다. 이러한 화제영어들을 한국에서 그대로 들여와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테이크아웃', '와이셔츠', '애프터 서비스', '샐러리맨'.... 모두 일본어
 

시험(자료사진) ⓒ 픽사베이


"시험 볼 때 하는 부정행위"를 의미하는 '컨닝'은 어디에서 연유한 말일까?

'cunning'이라는 영어에는 본래 전혀 그러한 의미가 없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이고, 그것을 우리가 그대로 써온 것이다. '와이셔츠'도 일본어이다. 'White Shirt'를 일본어 발음으로 변형시켜 만든 용어다. '테이크아웃' 역시 일본어이다. '애프터 서비스' 혹은 'AS', '핸들', '샐러리맨', '맨션', '베드타운', '콘센트', '오픈카' 등등의 말들도 모두 이른바 '화제영어'다.

그간 '콩글리쉬'라고 여기면서 약간은 창피하게 생각하며 사용해왔던 말들이 일본어라니, 많은 사람들에게 적잖은 충격일 것이다. 이것이 그간 우리 언어생활의 현실이었다.

이제까지 한국 사회는 일본어를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너무 많이 베껴왔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주변에서 잘못 사용되고 있는 용어들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그럴 때가 됐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콩글리쉬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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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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