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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손 닿을 듯... 아는 사람만 다닌다는 이 등산 코스

인천 마니산 '함허동천 등산로'... 빼어난 절경 한가득, 운해 감상 위한 아침산행 추천

등록 2021.09.04 11:21수정 2021.09.0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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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허동천 등산로를 오르다 보면 탁 트인 산마루의 시원한 바람과 손에 닿을 것 같은 구름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암릉 구간은 명품중의 명품전망이다. 내안에 구름을 또 구름 안에 나를 담을 수 있다. ⓒ 박영희

 
코로나19를 뚫고, 굵고 짧게 또 화끈하게 찾아온 여름이 열정을 불태우고 미련 없이 가고 있다. 더위가 그친다는 절기인 처서(處暑)도 지났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가을이 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껴진다.

선선한 바람이 폭염과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듯하다. '집콕'으로 의미 없이 보낸 지난여름이 아쉽다면 인천 강화군 함허동천에서 등산으로 마음을 다독여보자. 힐링이 따로 없다.


산기운을 '무한리필' 담는 길

'함허동천(涵虛洞天)'은 조선전기의 승려 기화의 당호인 함허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그는 사찰 정수사(精修寺)를 중수하면서 이곳에서 수도했다고 한다.

넓은 주차장을 갖춘 이곳은 야영장으로 더 인기가 많은 명소이지만, 등산로야말로 전망 맛집이다. 한 번 이곳을 등반해본 사람들은 꼭 다시 찾는다. 함허동천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고 체온체크와 전자출입명부(QR코드)를 작성해야 등반이 가능하다.

입구에서부터 청량감을 주는 물소리를 따라 등산로로 향하다 보면 계곡 너럭바위가 있다. 기화가 썼다는 '涵虛洞天' 글자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 곳'이라는 뜻이란다.
 

강화 마니산 정상으로 가는 또하나의 등산로인 함허동천 등산로 입구.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등산코스다. ⓒ 박영희

 
등산을 시작하는 초입, 한눈에 봐도 오랜 세월을 묵묵하게 버텨온 듯한 고목들이 길을 내준다. 땅 위로 차고 오른 굵고 투박한 나무뿌리가 뒤엉킨 오르막길을 계단삼아 걷는 숲길이 고즈넉한 오솔길처럼 포근하고 정겹다. 흙과 바위 틈 사이로 올망졸망 피어 있는 이름 모를 들꽃과 풀들이 한들한들 미소짓는다.

숲 내음이 향기롭게 반겨주는 산중 곳곳마다 크고 작은 다양한 모양의 너럭바위들이 볼거리를 선사한다. 갖가지 재미있는 형상을 한 모양의 바위에 나만의 이름을 붙이며 산길을 오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함허동천에서 마니산 정상까지의 코스는 계곡·능선·정수사로 등 세 가지의 등산로로 나뉜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하나로 모인다.

이 합류되는 길에서부터 산등성이를 이어주는 산중턱의 계단을 한 발 한 발 오르면, 좌우로 보는 각도에 따라 시야를 채우는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멋진 풍광이 가슴 가득 스며든다.

오르고 또 오르니 구름과 맞닿는 길 
 

함허동천 등산로를 오르다 보면 탁 트인 산마루의 시원한 바람과 손에 닿을 것 같은 구름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암릉 구간은 명품중의 명품전망이다. 내안에 구름을 또 구름 안에 나를 담을 수 있다. ⓒ 박영희

 
능선을 따라서 아름다운 풍경들을 벗 삼아 대자연 위를 걷는 듯 자연의 신비로움과 마니산을 이어주는 빼어난 절경에 탄성이 절로난다.

탁 트인 산마루의 시원한 바람과 손에 닿을 것 같은 구름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암릉 구간은 명품 중의 명품 전망이다. 내 안에 구름을, 또 구름 안에 나를 담을 수 있다.

짜릿하게 발아래 펼쳐지는 산과 구름의 조화로움에 매료된다.

아찔한 바위 길을 따라 구름과 맞닿는 능선에 오르면 저 멀리 산신령님이라도 나올듯한 분위기가 압권이다. 눈 앞에 펼쳐지는 모든 풍경이 살아 있는 작품 같다.

바로 구름이 산봉우리 아래에 바다처럼 펼쳐지는 운해(雲海)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름 위에 솟은 산꼭대기가 바다의 섬처럼 보인다. 이 구름바다는 태양빛이 뜨거운 낮에는 형상이 허물어져 구름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운해를 감상할 수 있는 이른 아침산행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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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허동천 등산로는 청량감을 주는 물소리를 따라 산을 오르다보면 멋진 풍경이 압도한다. ⓒ 박영희

 
능선을 걷다보면 나무와 바위로 우거진 숲에 세워진 '참성단 중수비'를 만난다. '단군이 제사지내던 곳이니 후손들이 수천 년 간 우러러볼 곳이어서 중수한다'라고 바위에 새겨져 있다. 조선 숙종 때 유수 최석항이 관내를 순찰하다 새로이 보수한 후 그 내용을 기록해 놓은 비라고 전해진다.

나무들이 울창한 산길과 비경들을 감상하면서 내 호흡에 집중하며 발길을 옮기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다다른다. 해발472.1m 마니산 정상이다. 참성단 정상은 현재 보수공사 중이다.

산은 오르면 오를수록 건강한 자연을 만나고, 그 자연은 흘린 땀만큼 보상을 해주는 듯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로 답답함을 느낀다면 함허동천에서 마니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 걷기를 추천한다. 하얀 구름과 초록빛 산이 만드는 절경 속에 나를 물들여 보는 건 어떨까?

박영희 i-View기자 pyh606101@naver.com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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