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전월세 매물 정보.
연합뉴스
입찰 과정을 상세히 살펴보자. 시작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먼저 공급가를 확정하지 않는 것이다. 지대를 시장가격으로 분양하기 위해서는 입찰의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① 개발과정과 원가를 소상히 밝히고 향후 매 2년마다 주변 지대 시세대로 조금씩 올려 받을 것이라는 등의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면서 3배수 가량의 무주택 희망자를 선정한다.
② 그리고 입찰가격 의향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입주 희망자는 주변시세와 자신의 입주희망의 정도를 판단하여 적정 가격을 써서 제출한다.
③ 공급자 측은 상위그룹의 상한입찰가를 기준으로 시장가격을 판단하여 전세가를 공표하고 상위 희망자부터 순서대로 계약한다.
④ 이때 선분양이 아니라 후분양이 원리상 올바르다. 건물은 소유물이므로 지은 후 상태를 확인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순리다. 건물을 날림으로 지을 수 없다. 층간소음 문제는 원천 봉쇄된다.
⑤ 입주 후 매 2년 추가 임대료는 시장가격을 반영하여 책정한다. 이때 '시장전세지수'와 같은 지표를 만들어 활용하면 좋다.
토지임대주택은 일단 입주한 다음 일정기간만 지나면 전세시장에서 매매나 상속이 자유롭고, 타인에게 다시 전세를 놓을 수도 있다. 토지임대주택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 시장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완전히 떠나겠다는 사람에게는 초기에 계약한 고정가격의 전세가를 환매로 돌려주면 된다. 환매조건부는 공급가에 프리미엄이 붙을 때의 대책이므로, 시세대로 임대료를 징수하는 시장 토지임대부는 환매조건부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장에 내놓으면 적정가격에 거래가 될 것이다. 시장입찰제로 분양하면 미분양의 가능성도 제로가 된다.
토지임대계약 만료 전 수명이 다하면 새로 지을 경우 자기 돈을 들이지만 제 값은 언제든지 받을 수 있다. 토지임대계약 종료 시에는 낡은 집 그대로 감정가격으로 팔 수 있다. 물론 계약 만료 후 토지임대 재계약에 참여할 수도 있다. 단 참여자격만 부여할 뿐이지, 입찰은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현 단계에서 법률 개정 필요성은 없다. 보다 정확한 시장개념의 적용이 중요하다. 나중에 지대시장제의 시행을 위한 세칙만 보강하면 된다.
토지임대주택, 은행의 '과잉이득' 환수도 가능하다
지금 한국의 땅값은 요동을 치고 있고, 금융권이 일방적으로 혜택을 보고 있다. 2011년 유원일 전 국회의원은 "2006년~2010년 사이 가계부채가 900조 원에 육박하는 등 심각성을 더하는 가운데 7대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로 벌어들인 이자수익이 무려 51조원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가 있다. 그 이야기가 요즘에도 재현되고 있다.
가계대출이 1800조원으로 10년 전의 두 배로 증가한 상태에서 최근 MBC 보도에 따르면 8대 시중은행이 2020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주택담보 이자 수입만 41조원에 이른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벌어들인 이자 수입에 육박하는 돈을 한 해 동안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만저만한 '부당' 이득이 아닐 수 없다. 땅값이라는 '미실현 가격'의 허수적 작용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미필적 고의'에 가까운 부당이득이다.
토지임대주택이 공급자에게 매력적인 것은, 개발이익 환수를 일부러 하지 않아도 시장가격으로 입찰하여 공급한 후 주변 시세대로 지대를 조금씩 올려 받으면 투자한 금액 이상으로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토지임대 방식이 어떻게 해서 맨해튼에서 돈을 벌면서 성공했는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수요자도 불만 없다. 과도한 대출 없이 내 집과 같은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하다. 5~6억원 전세금으로 10억~12억원 짜리 주택에 내 집처럼 살고 있는 강남 자곡동 사례를 상기하면 된다. 매매를 통한 시세 차익 실현에 대한 기대가 불명확한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누가 손해보는가? 그동안 헛된 땅값의 거래를 볼모로 삼아 비싼 이자수익을 거두어 들인 은행이다. 하지만 엄밀히 보면 손해가 아니다. 이치대로 원점 회귀하는 것이다. 은행의 '과잉 이득'을 환수하는 것이 바로 토지임대주택의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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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2021~2022)를 거쳐 현재 언론개혁시민행진단장을 맡고 있다.
올해(2023년)2월 수원대 교수(도시계획)에서 정년퇴직하였고 현재 국토미래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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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수입만 41조 '빚투' 시대, 토지임대주택이 기능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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