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18년 10월 14일 일본 육상자위대 사열 행사에서 예를 표하고 있다.
총리 관저
전쟁범죄를 참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하토야마 유키오가 그로부터 9개월간 재임했고(네 번째), 간 나오토가 2010년 6월부터 2011년 9월까지, 노다 요시히코가 2012년 12월까지 재임했다. 이렇게 해마다 총리가 교체되는 일이 6년간 되풀이되다가 2012년 12월에 일곱 번째로 아베 신조가 다시 총리가 되더니 그간의 불안정을 종식하고 약 8년간 집권을 이어갔다.
미국은 6년간에 걸친 7차례의 정권교체가 하필이면 미국의 세계전략 조정기에 일어나 미·일 정책 협조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런 일이 스가 퇴임 후에 또다시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위 보고서에 담겼다고 할 수 있다. 보고서를 만든 사람들은 스가가 취임 1년 만에 그만두는 모습을 보면서 2007년 9월에 아베 신조가 취임 1년 만에 그만둔 뒤부터 2012년 12월까지 정치 불안정이 계속됐던 상황을 떠올렸던 모양이다.
보고서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2006년~2012년 있었던 일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집권 이전인 1993년~2000년에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 일어났었다. 탈냉전으로 세계 정치가 요동치던 그 시기에도 자민당의 장기집권이 붕괴하면서 총리 교체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1993년 8월 호소카와 모리히로(일본신당) 집권, 1994년 4월 하타 쓰토무(신생당) 집권, 같은 해 6월 무라야마 도미이치(일본사회당) 집권, 1996년 1월 하시모토 류타로(자민당) 집권, 1998년 7월 오부치 게이조(자민당) 집권, 2000년 4월 모리 요시로(자민당) 집권이 이어지다가 2001년 4월 고이즈미의 취임 뒤로 5년간의 '장기집권'이 이어졌다.
하필이면, 탈냉전으로 인해 미국의 세계전략이 요동치던 그 시기에 일본 정치도 함께 요동을 쳤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자국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마다 일본에서 정치 불안정이 일어나곤 했던 것이다.
냉전체제에 힘입어 미국의 지위가 안정적일 때는 일본 정치가 별다른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1955년부터 1993년까지는 자민당의 장기집권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미국의 세계전략이 요동치거나 도전에 직면한 1993~2001년 및 2006~2012년에 일본도 정치 불안정을 보였다. 그랬던 일본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전략을 조정하는 2021년에 또다시 '단명 총리'가 출현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불길한 징후를 느낄 만도 하다고 말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위 보고서에서 나타나는 정서는 '일본의 불안정이 미국에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틀린 관점은 아니지만, 이는 다분히 미국적 관점에 입각한 것이다. 일본의 불안정이 미국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말하면 미국의 불안정이 일본에 영향을 미친다고 표현해야 한다.
일본이 정치불안정을 보인 1993~2001년 및 2006~2012년은 미국의 세계전략이 동요하던 시기였다. 그런 상황이 일본의 불안정에 영향을 줬다고 보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가 요시히데의 단명을 보면서 일본의 정치불안정을 걱정하기보다는 미국의 세계적 입지에 변화가 생기지 않았나를 살펴보는 게 보다 현명한 일일 수도 있다.
일본 문제를 바라보는 한미간 시각 차이
위 보고서에 담긴 메시지 중 하나는 아베 신조 같은 인물이 출현해야 미일동맹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과 미국의 시각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군사대국화를 추구하는 극우 정치인일지라도 미국 국익에 도움만 된다면 얼마든지 선호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있다면, 이것이 추후 한미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차이를 반영하는 또 다른 인식이 보고서 말미에 나타난다. 일본 상황이 미국에 불이익을 줄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한 해법 중 하나로 제시된 방안 가운데서 그런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보고서 후반부에 이런 대목이 있다.
"특히 헌법의 평화주의 제9조에 들어 있는 군사력 사용과 관련된 일본의 제약은 합중국·일본의 합동 군사작전을 제약할 수 있다.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고 중국의 지역적 의도에 대한 두려움이 일어나면서 그러한 제약이 수년에 걸쳐 완화되기는 했지만, 일부 안보 분석가들은 그런 도전에 대응하자면 일본의 방위정책이 보다 많은 유연성을 필요로 한다고 믿고 있다."
전쟁을 금지하는 일본 헌법 제9조로 인해 미국의 군사작전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의회조사국의 이같은 경고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각을 반영한다. 1941년 12월 진주만 기습 때처럼 미국을 공격하지만 않는다면, 남북한과 중국의 반발을 제어하면서라도 일본의 개헌과 군사대국화를 지지할 수도 있는 미국 정부와 미국인들에 대해 우려가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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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안정적'? 일본을 보는 미국의 다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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