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의 진짜 예쁜 공짜는 2018 강릉커피축제에서 만난 빨간 텀블러였습니다.
최다혜
우연일까. 나는 이 텀블러를 만난 이후부터, 불편해도 오래 써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어쩌면 2018년 쓰레기 대란의 봄부터 물건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건지도 모른다. 불편해야 할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 위기감의 정체는 과학이다. 느낌 말고 데이터다.
2050년,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지기 전에, 99%의 바닷새가 플라스틱을 먹이로 삼기 전에, 그리고 그 미세플라스틱이 섞인 물과 해산물과 채소, 고기를 우리가 먹고 마시기 전에. 차라리 지금 약간 불편한 게 낫다는 계산이 선다.
무분별하게 물건을 생산, 유통, 폐기하면서 생기는 탄소배출물로 지구의 기온이 높아질수록 태풍은 거세지고, 가뭄은 독해지며, 산불은 빈번해진다. 농산물의 작황은 나빠지고, 해수면의 상승으로 해안가 도시는 가라앉는다.
텀블러를 시작으로, 조금씩 불편하게 살아보고 있다. 투표권을 가진 시민과, 소비력을 갖춘 소비자가 먼저 목소리를 내야, 법과 정책이 바뀌고, 기업의 포장문화와 생산품목이 달라질 수 있다. 미래에도 하나뿐인 지구에서 건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으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1. 면생리대
2년째, 면생리대를 쓰고 있다. 쓰기 전까지 고민했다.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하면 몸이 무겁고 쳐지는데, 면생리대까지 세탁하면 힘들지는 않을까? 외출했을 때 번거롭지는 않을까? 착용감이 불편하면 어떡하지?
기우였다. 과탄산소다에 불려놓으면 손세탁도 쉬웠고, 1회용 생리대를 챙겨 외출하는 정성 정도면 면생리대도 쓸 만했다. 착용감은 면 속옷을 입을 때만큼이나 보드라워 1회용에 비해 오히려 쾌적했다.
무엇보다 1회용 생리대를 쓰고 버릴 때의 죄책감이 더이상 들지 않아 마음이 편하다. 매달 지출하던 1회용 생리대 비용도 꽤 절약할 수 있고, 조금 더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1회용 생리대를 찾아 인터넷을 뒤지던 수고로움도 없다.
심지어 면생리대는 2년이 지나도 여전히 튼튼하다. 실밥 하나 튀어나오지 않았다. 마르고 닳도록 더 오래 쓸 수 있어 안심이다.
2. 빗자루
우리 부부는 맞벌이라 늦은 시간에 집 청소를 한다. 아파트에 살다 보니 밤에 청소기를 돌리기에는 아랫집에 폐가 될까봐 걱정돼서, 평일에는 빗자루로 비질을 한다. 신혼 때 사서 7년째 쓰고 있는 진공 유선 청소기가 있지만, 소음이 없어 빗자루를 더 잘 쓰고 있다.
이 빗자루의 별명은 '친환경 무선 무소음 청소기'. 조용하고, 전기 안 쓰고, 코드를 꽂았다 빼는 귀찮음도 없다. 59㎡ 작은 집에 사는 덕분에 크게 힘이 들지 않다. 더 큰 집에 살았더라면 엄두가 안 났겠지만, 네 식구 사는 작은 집에서는 비질도 어렵지 않다. 게다가 전기 에너지보다 몸을 쓸 수 있으면 몸을 쓰자는 마음을 일상적으로 새기는 데, 비질만 한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