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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맞선 미얀마 청년들, 총알 떨어지면 새총으로 쐈다"

3일 오후 창원역 광장 '민주주의 연대 31번째 일요시위' ... "어느 마을 주민의 회고 글" 소개

등록 2021.10.03 15:16수정 2021.10.0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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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1차 일요시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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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1차 일요시위”. ⓒ 윤성효

 
"투쟁에 참여한 청년들 모두가 참으로 존경스럽다. 주변 마을에 쿠데타세력이 쳐들어와 교전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마을 청년들은 지체 없이 작은 트럭에 몸을 싣고 지원에 나섰다. 마을 사람들이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니 옆 마을을 도우러 간다고 답한 청년들은 집에 있던 낡은 수렵용 엽총을 챙겨 들고 트럭 위에 올라타기 바빴다.

트럭 위에 올라탄 청년들의 수는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는 무기가 없어 맨손이었다. 빈손인 청년들은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어떤 부모들은 가진 전답마저 팔아 청년들 손에 싸울 무기를 쥐어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경제 파탄으로 물가가 폭등하여 물자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지원금은 점점 적어져 모두가 어려운 시기였다. 가용한 돈으로는 살 수 있는 무기란 한번 쏘고 한 발을 장전해야 하는 구식 엽총뿐이었다."


미얀마 쿠데타군부에 맞서 전투를 치르고 있는 시민방위대(PDF)를 본 한 마을의 주민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1차 일요시위" 때 이 글이 소개되어 참석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페이스북 글은 샨주 남부 까야주 접경도시인 패콘에서 벌어진 상황을 담은 내용이다. 청년 대원들은 모두 병원으로 후송된 뒤 숨졌고, 모두가 같은 마을에 사는 청년들이었다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는 심지어 17살, 20살의 두 청년도 있었다고 한다. 이 주민은 글에서 "두 청년의 부모는 숨을 거둔 자식들의 시신을 수습할 때야 비로소 자식들이 시민방위군의 일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보안 문제로 인해 다른 사진은 일절 올릴 수 없지만, 시민방위대 청년들이 총알이 떨어지면 가방 속에서 새총을 꺼내 쏘며 끝까지 싸웠다는 사실은 꼭 말하고 싶다"며 "우리는 영웅들이 포화 속으로 새총을 들고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을 더는 원하지 않는다. 부디 가능한 선에서 우리 청년들을 지원해 주길 간절히 부탁한다"는 내용으로 글을 맺었다.


미얀마에서는 2월 쿠데타 이후 여러 마을에서 시민방위대가 조직되어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민주진영의 국민통합정부(NUG)는 지난 9월 7일 "국민들의 생명을 지킨다"며 쿠데타군부와 '전쟁'을 전포했다. 그러자 최근 쿠데타군부(과도정부)는 '휴전'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미얀마 시민불복종항쟁(CDM)·국민통합정부 등과 소통하고 있는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NUG와 PDF, CDM은 군부의 '휴전' 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것은 군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NUG, PDF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쿠데타세력과 전쟁을 선포하고 실제 곳곳에서 전투가 확대되자 군부는 상당히 혼란에 빠져든 것 같다"며 "군부가 볼 때 시민들의 저항이 조직적이고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승 대표는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쿠데타세력이 국민을 잠시 억압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끝내 이기는 건 국민이다"며 "미얀마 민주화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 총칼에 맞선 국민들의 저항은 멈추지 않고 있으며 민주주의 열망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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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1차 일요시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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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1차 일요시위”. 이철승 대표와 아웅 묘우 부회장. ⓒ 윤성효

 
"미얀마 민주주의 영웅들의 희생을 기억한다"

일요시위는 지난 2월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창원역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미얀마연대, 경남이주민센터, 경남미얀마교민회가 진행하며, 이날로 31번째 열린 것이다.

이철승 대표와 아웅 묘우 경남미얀마교민회 부회장이 집회를 진행했고, 참석자들을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일정한 거리를 두었으며, 손소독 등 방역수칙에 따랐다.

참석자들은 "미얀마 민주주의 영웅들의 희생을 기억한다"며 묵념부터 했다. 이어 성경용 소리마당봉사예술단 색소폰단장이 연주했다.

이철승 대표는 미얀마 독립언론 <미지마> 소 민트 대표가 "미얀마는 반드시 민주주의 연방국가가 될 것이다. 군사정권은 반드시 패망할 것이다. 모르는 것은 그것이 언제인지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라고 했던 말을 소개했다.

미얀마에서 군부쿠데타가 일어난 지 245일째 되는 날다. 조모아 한국미얀마연대 대표는 투쟁사를 통해 "과거에도 미얀마에서는 군부쿠데타가 일어났고,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미얀마는 아시아에서 그래도 잘 사는 나라였는데 쿠데타 이후 경제도 어렵게 됐다"며 "국민이 힘을 모으면 독재세력을 이길 수 있다. 우리는 끝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네옴 경남미얀마교민회 회장은 경과 보고를 통해 "미얀마에서 쿠데타 후 군경의 총격에 의한 희생자는 10월 2일까지 1154명 이상이고, 8709명 이상 체포 당했으며, 수배자가 1989명 이상이다"며 "군경의 야만적인 폭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시민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계속 시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친주, 까야주, 마궤이주, 싸까인, 만달레이주, 바고주, 양곤 등 전국적으로 매일 크고 작은 전투가 벌어지자 쿠데타군경은 시민들을 불법적인 행동으로 총을 사용하여 죽이고, 체포하고 시민들의 집과 건물을 파괴하고 재산을 훔치고 있다"고 말했다.

네옴 회장은 "국제사회에서 미얀마 국민과 민주주의 위하여 NUG정부를 정식으로 인정해달라"며 "끝까지 우리와 함께하여 미얀마의 봄혁명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집회에서는 미얀마 '봄 혁명'의 상징인 테이자 산(32) 청년지도자가 보내온 <미얀마 민주항쟁 전선에서>라는 제목의 글을 미얀마어로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집회가 울산과 부산 등지에서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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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울산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집회.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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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울산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집회. ⓒ 한국미얀마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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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울산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집회. ⓒ 한국미얀마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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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1차 일요시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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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1차 일요시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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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1차 일요시위”. ⓒ 윤성효

#미얀마 #군부쿠데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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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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