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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바다가 된 영결식

[김삼웅의 인물열전 / 해공 신익희 평전 65] 남녀노소가 마치 혈육의 지친(至親)을 잃은 듯이 땅을 치고 통곡해

등록 2021.10.11 15:37수정 2021.10.1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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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익희 후보를 애도하는 인파(1956년5월)
신익희 후보를 애도하는 인파(1956년5월)한국사진기자회
5월 23일 오전 11시 서울운동장에서 해공 신익희선생 국민장 영결식이 거행되었다. 장례위원장 함태영 부통령의 식사에 이어 각계 인사들의 헌화, 김병로 대법원장 등의 추모사가 있었다. 곽상훈 민주당 임시대표최고위원은 조사 도중에 목이 메어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해공 선생은 60 평생을 조국 독립과 민족 자유를 전취하는 투쟁에 바치었으니, 파란많던 이 나라 국정과 함께 선생의 일생 또한 험난 그것이었습니다. 

선생은 이번 정ㆍ부통령 선거에 있어서는 한국의 민주정치와 책임정치를 확립하여 주기를 열망하는 국민의 여망을 지니고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시어, 선생의 포부와 경륜을 듣고자 하는 국민의 염원에 보답하기 위하여 과로를 무릅쓰고 각 지방으로 유세 중에 홀연히 장서(長逝)하시었습니다.

선생의 비보가 한 번 세상에 전해지자 선생을 생전에 알던 이, 모르던 이를 막론하고 어떠한 궁항벽촌에서까지 남녀노소가 마치 혈육의 지친(至親)을 잃은 듯이 땅을 치고 통곡하였습니다. 

아아. 말은 한(恨)이 있으나, 애통의 정(情)은 한이 없습니다. 선생의 필생의 염원이던 자유 한국의 전취를 위하여 남은 국민은 더욱 분투할 것을 선생 영전에 맹세하면서 삼가 선생의 명복을 빌며, 이 조사를 드리나이다. (주석 4)

유족과 당 간부, 일반인의 순서로 분향이 시작되었다. 이어서 시인 조지훈이 짓고 나운영이 작곡한 조가를 양정고등학생들의 주악에 맞춰 동덕여고 합창단이 불렀다.

(1)


 초목도 울었어라
 임 가시던 그 날이여
 강산에 비바람치고
 백성은 목놓아 통곡했네
 온 겨레 우국단심
 불붙는 마당에
 임이 가다니
 이 나라 새 기운에
 앞장서신 그 이름
 아 - 해공 선생.

(2)


 하늘도 무심해라
 임 가시는 이 날이여
 땅을 치고 몸부림해도 
 천지는 아득히 말이 없네
 온 겨레 환호 소리
 터지는 마당에
 임이 가다니
 이역풍상에도
 꿋꿋하던 그 모습
 아 - 해공 선생.

(후렴)

 회천(回天) 큰 사업을
 못 다 이루고
 눈감으셨다
 맘 있는 사람들은
 길이 두고 울리라
 길이 두고 울리라.
 신익희가 마지막 머물렀던 종로구 효자동 가옥
신익희가 마지막 머물렀던 종로구 효자동 가옥유영호
 
영결식을 마치고 장의행렬은 그동안 몸담았던 국회의사당을 지나 수유동 북쪽 기슭에 자리한 장지로 향하였다. 여전히 수많은 시민들이 장의행렬을 뒤따랐으며, 오후 5시 15분경 태극기에 쌓인 선생의 관 위로 흙이 덮일 때마다 시민들의 호곡소리가 불암산과 백운대에 메아리쳤다. 

유림의 거목이자 독립운동가 심산 김창숙은 의미 깊은 『한 사람의 환성(歡聲)』을 발표하였다. 

 그대가 살아 있을 때
 만인이 우러러 보았고
 그대가 떠나간 지금
 만인이 울고 있소
 한 사람만은 환성을 지르고 있으니
 어찌하여 그는 홀로 환성을 지를까
 이제부터 독재는 지속되겠고
 독재는 비록 스스로가 누리겠지만
 천하의 이목(耳目)은
 가리기 어려우리라
 황하(黃河)의 물은 어느 때나
 맑아질 것이며
 밝은 하늘은
 어느 때나 회복될 것인가
 늙은 이 몸
 죽지 못하는 한찬한탄하며
 그대를 보내는 이 순간
 한없는 눈물을 흘림이여. (주석 5)

해공선생이 호남선 열차에서 서거하면서 세간에서는 가수 손인호가 부른 「비 내리는 호남선」이란 유행가가 널리 퍼져 불렸다. 애초 이 노래는 해공 서거 3개월 전 호남선을 배경으로 박춘석 작곡, 손로원 작사로 손인호가 부른 노래였다. 그러던 중 해공 선생의 서거를 상징하는 듯한 노랫가사로 차용되면서 널리 유행을 타게 되었다. 작곡ㆍ작사ㆍ가수가 한때 경찰에 연행되기도 하였다. 

비 내리는 호남선

 목이 메인 이별가를 불러야 옳으냐 
 돌아서서 피눈물을 흘려야 옳으냐 
 사랑이란 이런가요 비 내리는 호남선에 
 헤어지던 그 인사가 야속도 하더란다.

 다시 못 올 그 날짜를 믿어야 옳으냐 
 속는 줄을 알면서도 속아야 옳으냐 
 죄도 많은 청춘이냐 비 내리는 호남선에 
 지나가는 열차마다 원수와 같더란다.


주석
4> 『경향신문』, 1956년 5월 24일.
5> 유치송, 앞의 책, 787~788쪽, 재인용.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해공 신익희 평전] 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해공 #신익희 #신익희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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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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