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모 쓰고 코로나19 검사지난 8월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경전철 신림선 1공구 공사 현장에 마련된 서울시 찾아가는 선별진료소에서 한 건설 노동자가 안전모를 착용한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그렇다면 어떻게 두려움을 줄일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가 질병을 다루는 방식이 달라져야죠. 한국이나 외국이나 초기에는 전부 코로나 대응을 전쟁에 비유했어요. '여기는 전쟁터이고, 우리는 전사나 영웅이다' 이런 식으로요. 그 이후에는 조금 달라지죠. 외국이나 우리나 개인의 책임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건 맞지만, 제가 관찰하고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 책임을 다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정부의 '방역 통치'에 대한 협조가 강조가 되고 있어요.
정부가 '협조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건 정부의 강력한 방역조치에 인내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런데 위드 코로나의 전제는 국가가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그러면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권고 중심의 방역 정책'으로의 전환이잖아요. 위드 코로나를 우리보다 먼저 실시한 유럽 국가들의 방향도 그렇고요.
강한 규제가 불편하고 문제가 있다는 건 다들 이해를 하는데, 이걸 싹 걷어버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죠. 우리는 코로나 대응에 있어서, '알아서' 결정하는 데 익숙하지 못하거든요. 단순히 거리두기 완화가 위드 코로나의 본질은 아닌 이유죠."
- 그렇다면 위드 코로나와 거리두기 완화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거리두기 완화는 규칙이나 질서를 바꾸는 '체계'의 변화고,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에 관한 전반적인 기조나 원리를 바꾸는 '체제'의 변화죠.
즉, 거리두기 완화는 운동 시설에서 샤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냐, 다중이용시설 이용 시간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 등에 대한 지침을 바꾸고 방역의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라면, 위드 코로나는 우리가 코로나가 당분간 없어지지 않을 거라는 전제 하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궁리해서 삶의 양식을 바꾸고, 새로운 방식의 회복을 이야기하는 '뉴노멀(New Normal)'로의 전환인 거죠. 그래서 저는 위드 코로나의 핵심이 '조금이라도 감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쉬어야 한다'가 아닐까 합니다."
- 핵심이 '아플땐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명제란 말씀이신가요?
"그게 보건학자로서 제가 가장 드리고 싶은 핵심입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감염이 의심될 때 마음 놓고, 생활에 아무런 피해 없이 걱정없이 쉴 수 있냐가 위드 코로나라는 화두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이라고 봅니다. 그동안 계속 논의했던 상병수당이나 작업 사업장의 유휴 인력이나 대체 인력 문제가 다 연관돼 있다고 봐야죠.
이게 사실 거대 담론이 아니거든요. 아프면 무조건 쉬고 빨리 가서 검사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해요.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사회가 이걸 가능케 해줘야죠. '저 사람도 나처럼 조금이라도 아프면 쉬고 검사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 상호신뢰가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그러지 않으면 각자도생이 되는 거죠.
학습 결손 최소화하고, 복지 중단을 막고,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사람들을 감염에서 보호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게 우리가 1년 9개월 동안 깨달은 거잖아요. 그렇다면 그 이외의 부분에서 달라질 수 있는 건 달라져야죠. 아프면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 유연근무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하고요. 그게 구시대로의 회복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요? 현재는 거리두기 단계 조정이 중요한 이슈다 보니까 근본적인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아프면 무조건 쉬고 빨리 가서 검사하는 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