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아프간 현지인 직원 및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377명이 8월 26일 오후 인천 국제공항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의 변화
아프가니스탄 사례를 전후로 보여지는 우리의 대외적인 '발전' 기간 동안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분야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프간 한국인 피랍 사건'이 발생한 2000년대 후반은 우리나라 바깥에 선진국만 존재한다고 여기던 우리의 세계관이 "지도 밖으로" 팽창하던 시기였다.
KOICA와 개발NGO 등을 통한 청년들의 개도국 봉사가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이어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개도국의 빈곤 퇴치를 위해 국제개발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한 개발협력 분야는 한국인의 개도국 진출을 정당화할 수 있는 새로운 담론을 필요로 했다.
이러한 요구는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 해외 무대에서 성공한 스포츠 스타들, 척박한 개도국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낸 구호 활동가와 같은 시대적 역할모델의 이미지와 조응하며 '세계시민'이라는 윤리적 주체를 이상화하는 데 성공한다. 이후 대형 개발NGO들을 중심으로 '세계시민교육'이라는 명칭의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면서, 한국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세계시민교육은 주로 '우리 밖의 세계'를 인식론적 지평으로 삼아왔다.
한편 한국 정부는 개발협력 분야의 흐름과는 별개로 세계시민교육을 글로벌 교육의 새로운 의제로 제시하려는 노력을 전개했다. 2015년 인천에서 한국 정부가 유네스코와 공동으로 개최한 세계교육포럼(World Education Forum)은 정부의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좋은 기회였다.
결국 세계시민교육은 행사의 결과 문서인 '인천 선언문'에서 세부 목표 중 하나로 채택됐고, 이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네 번째 교육 목표에 포함되기에 이른다. 글로벌 발전 목표로 격상된 세계시민교육을 공교육 차원에서 이행하기 위해 정부는 교사를 연수하고 교재를 개발하며 각 급 학교 단위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세계시민교육의 주창자임을 자임해 왔다.
세계시민이란 무엇인가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국이 강조해 온 세계시민이란 무엇일까? 유네스코에 따르면 세계시민성이란 '더욱 광범위한 공동체와 공동의 인류애에 대한 소속감'과 '지역, 국가, 세계 사이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상호의존성과 상호연결성'에 대한 감수성을 의미한다.
이는 지구 상의 모두가 '동등하고 존엄한 인간'이라는 보편적 인본주의를 토대로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시민성은 편협한 국가주의를 뛰어넘는 인식의 확장과, 때로는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누군가를 위해 우리의 곁을 내어줄 수 있는 용기를 요구한다.
우리에게 역량 접근(capability approach)으로 잘 알려진 누스바움(Nussbaum)은 눈 앞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 대한 시민성의 발현을 위해 '서사적 상상력'에 기반을 둔 '공감'을 세계시민교육의 중요한 요소로 강조한 바 있다. 역량 접근의 또다른 주창자인 센(Sen) 역시 세계시민주의적 관점에서 "나머지 인류의 눈"으로 우리를 성찰할 수 있는 열린 공평성(open impartiality)을 통해 지구적 정의(global justice)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발전대안 피다가 그동안 견지해 온 보편주의적 발전관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아쉬움

▲ 지난 9월 13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야외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러한 세계시민주의적 관점에 비춰 보면, 한국의 '국익'에 대한 기여 여부를 선별의 명분으로 삼았던 정부의 아프간 '특별기여자' 선정 과정이나, 이들의 비극을 배경 삼아 우리의 물적⋅도덕적 우위를 확인하는 주요 언론들의 여전한 보도 방식에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시간 동안 정부와 개발협력 시민사회가 바깥 세계를 향해 '세계시민교육'이라는 마법의 주문을 줄기차게 암송해 왔음에도, 정작 한국 사회 안으로 들어온 세계를 대하는 우리의 시민성에는 무척이나 더딘 변화가 있었을 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진 유력 대선 후보가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현실은 과도한 자의식에 경도된 한국 사회의 타자 인식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결론적으로 아프간 '특별기여자'의 선정, 이송, 정착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과거에 비해 분명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물음들을 한국 사회에 재차 던지고 있다.
결국 우리의 '국익'은 보편적 가치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인가? 우리의 이익에 기여하지 못한 "통상적인 난민"은 우리와 동등한 시민이 될 수 없는 것인가? 나아가 난민을 비롯하여, 장애를 가진 사람들, 다른 성적 지향이나 신앙을 가진 사람들, 북한을 이탈한 사람들과 같이 다양화되고 있는 '우리 안의 세계'를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는 '시민'이라는 울타리 안에 더욱 다양한 존재들이 포용되는 사회가 발전된 사회라고 믿는다. 여성이 그러했고 노예가 그러했으며 아동이 그러했듯이, 2021년 한국 사회에서 쉽게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는 낯선 사람들도 시민의 울타리 안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아울러 어렵사리 성원권을 부여받았으나 일상에서의 차별로 이를 온당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나중에 온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 역시 이들과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시민들의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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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대안 피다(구 ODA Watch)는 시민들과 함께 '개발'을 넘어 '발전'을 고민하고, 국내의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개발을 '감시'하며 '대안'을 찾아가는 시민사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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