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위를 걷는 남극 월동 대원
최한진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하다 '바로 이거야! (유레카)'를 외쳤다면, 빙하 시추를 위해 남극으로 간 프랑스 연구원 클로드 로리우스(Claude Lorius)에겐 위스키 한 잔이 유레카의 순간이었습니다.
1965년 그는 남극의 아델리랜드(Adélie Land)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고된 활동이 끝나고, 그는 밤마다 동료들과 식전주로 위스키를 마셨습니다. 그는 온 더 록 (on the rocks) 스타일로 위스키에 얼음을 넣어 마셨는데 그날 위스키에 넣어 마실 얼음이 똑 떨어졌습니다. 그들은 시추한 빙하에서 얼음 몇 조각 떼어다 위스키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얼음 조각에서 방울이 톡톡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샴페인을 따른 것처럼요. 그는 그 모습을 보고 빙하가 형성될 당시의 기체가 빙하 속에 담겨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남극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돌아와 프랑스 그르노블에 위치한 빙하연구소(Laboratoire de glaciologie et géophysique de l' environnement)에서 빙하 속 포집된 기체를 이용해 이산화탄소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빙하 속 작은 공기 방울의 정체
과거 대기가 어떻게 빙하에 포집될 수 있었을까요? 남극 빙상의 두께는 평균적으로 약 2km입니다. 대륙에 눈이 쌓이면 최상부에는 신선한 눈 형태로 보존되어 있지만 60-110m 아래부터 눈이 위의 눈의 압력을 받아 얼음 상태가 됩니다. 눈과 얼음 사이에는 눈과 얼음의 중간 상태가 존재하는데 이를 펀(firn)이라고 합니다.
눈송이가 살아 있는 빙하의 최상부에서는 대기가 눈송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순환하다, 펀에서는 확산이라는 원리로 아래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러다 약 60-110m에서 최종적으로 대기가 빙하 속에 포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