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조승래(대전 유성갑) 의원.
조승래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이 40억 원이 넘는 연구비 잔액을 교수 개인별 통장에 적립해 놓고 회의비나 출장비 등으로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18일 진행되는 가운데, 조승래(더불어민주당, 대전유성갑) 의원은 과기정통부와 4개 과학기술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잔고계정 운영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GIST 등 3개 과기원이 운용 중인 '잔고계정' 규모가 무려 40억 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잔고계정은 민간 위탁 과제 종료 후 남은 연구비를 교수 개인 별 통장에 적립했다가 기간 제한 없이 사용하는 제도다. 개인연구지원비, 산업체재투자통합과제 등 명칭은 다양하지만 '인건비 셀프지급' 등 일부 경우만 제외하면, 연구책임자가 기간·용도 제한 없이 쓸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조 의원은 설명했다.
이러한 남은 연구비는 연구자의 자유로운 연구 탐색 활동에 활용한다는 게 본래 취지지만, 이는 연구윤리를 저해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일반 연구비와 달리 사용기한의 제한도 없고, 용처 제한도 거의 없어 연구책임자가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비상금 통장'에 가깝다고 조 의원은 지적했다.
실제 조 의원이 이 제도를 운용 중인 GIST, UNIST, DGIST의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잔고계정 집행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7311건 중 59%인 4325건 지출이 회의비와 출장비로 나타났다.
다만, 이런 문제로 인해 KAIST는 지난해부터 잔고 계정을 폐지했다. 내·외부 감사에서 회계처리 부적정, 허위집행 등이 적발됐고,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에서도 제도 자체의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KAIST는 남은 연구비의 경우 기존 연구비 계정의 사용기한을 한시적으로 연장해 연구 탐색 활동에 사용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전수조사에서 가장 많은 잔고계정(160개, 26억1500만원)을 운용 중인 GIST는 무리한 규정 완화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2019년 퇴직자의 잔고계정 사용을 허용하고 추가 완화까지 시도했다가 정년을 앞두고 있던 당시 총장의 '노후 대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 의원은 또 잔고 계정이 과기원에만 있는 제도라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기원과 마찬가지로 공공‧민간 위탁 과제를 수행하는 정부출연연구원(출연연)에는 잔고계정 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출연연은 남는 연구비는 자체 정산하거나 기관운영비로 흡수하고 있으며, 과기정통부 직할 연구기관들도 연구비 잔액을 반납하거나 기관 수입금으로 흡수하고 있다고 조 의원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연구비 집행잔액을 관리하는 방법이 기관 별로 제각각인데다, 일부 기관에서는 연구윤리 저해 우려가 있는 제도가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연구비가 연구비답게, 연구자의 연구 활동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의원이 공개한 4개 과기원 별 잔고계정 운영 현황과 잔고계정 집행내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