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국방장관 회의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헹크 캄프 네덜란드 국방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EPA
홍 후보가 추천한 '핵공유'의 실상
그런 구조 하에서 미국은 절대적 권한을 행사해왔다. 핵무기 배치 장소를 변경하는 것까지도 미국의 단독 결정에 맡겨져 왔다. 2017년에 <국가전략> 제23권 제1호에 실린 황일도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원의 논문 '동맹과 핵공유 - NATO 사례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시사점'은 이렇게 설명한다.
"배치장소 변경 결정은 미국 측 판단에 따라 이뤄졌고, 해당 국가나 나토 차원의 동의를 거치는 절차는 따로 없었다. 이들 핵무기는 해당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탄약지원대대의 전적인 관리와 통제 하에 놓여 있으며 현지 해당국 정부나 군 당국은 접근 권한이 없다고 관련 문헌들은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전투대비태세 점검이나 정비·교체 등의 일상 임무 역시 미군이 수행한다."
이렇게 미국이 다 알아서 하므로, 실제로는 핵공유가 아니라 그냥 '핵 배치'와 같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주한 핵무기 철수를 선언한 1991년 9월 27일 이전에 한국에서 전개됐던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핵공유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결정적 순간에 개별 국가들이 해야 할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위 논문은 이렇게 말한다.
"다만 이들 탄두를 실어 적군에게 떨어뜨리는 임무는 기지를 나눠 쓰고 있는 해당 국가 공군이 담당한다. 유럽의 미군 전술핵 탄두를 핵공유 메커니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홍준표 후보는 아시아판 핵기획그룹을 창설해 나토식 핵공유를 실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그가 말한 대로 실현된다면, 한미 핵공유 체제 하에서 한국군이 맡을 역할은 미국의 결정에 따라 핵무기를 운반하는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핵무기 사용이 미국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되면, 한국이 아무리 요청해도 미국은 사용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승인하는 경우는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때뿐일 것이다. 그렇게 미국의 국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국 공군이 '운반책'이 돼 주는 것이 홍 후보가 추천한 핵공유의 실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홍 후보가 바이든을 상대로 한국에 대한 특별대우를 요청한다 해도 상황이 달라질 확률은 높지 않다. 이제까지 미국이 그런 요구에 귀를 기울인 적은 거의 없었다. 위 논문은 "주요 나토 동맹국은 이러한 메커니즘의 실효성에 상당한 회의를 품어온 반면, 그러한 문제제기로 인해 미국이 독점적 결정권을 양보하거나 핵 사용의 시기·방법·목표물 선정 등의 핵심 사항을 구체적으로 상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수용한 경우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위 논문은 말한다.
설령 실현된다 해도 한미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가 말한 핵공유는 그런 의미에서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상당히 위험한 요소까지 내포하고 있다. "한미 양자 또는 다자(한·미·일·호주) 형태의 아시아판 핵기획그룹을 설치"하겠다는 그 구상이 실현되면, 한국과 관련된 미국의 핵무기 사용 결정에 일본 내각의 의사가 투영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서 일본의 역할이 점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홍준표가 다자 핵계획그룹이 아닌 양자 핵계획그룹을 제안한다 해도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을 끼워 넣는 다자 핵계획그룹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나토 핵계획그룹이 만장일치제로 운영돼온 점을 감안하면, 한미일 등이 포함된 핵계획그룹의 의사결정에서 일본의 한 표 행사가 결정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핵정책에서 일본의 발언권이 높아지게 됨을 의미한다. 이것이 과연 코리아 퍼스트 외교라고 할 수 있을까. 아메리카 퍼스트 혹은 재팬 퍼스트로 변질될 가능성은 없는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홍준표가 제안한 핵공유 계획은 이처럼 무익하고 위험할 뿐 아니라 동시에 퇴행적인 악수가 될 수도 있다. 이는 한반도 핵문제를 노태우 시대로 회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노태우 재임 중인 1991년 9월 27일(주한핵무기 철수 선언) 및 1991년 12월 31일(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체결) 이전의 상태로 퇴행시켜 한반도를 한층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처럼 홍준표 후보의 '외교 대전환 공약'은 한국의 안보와 외교를 엉뚱한 방향으로 대전환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것을 과연 국익우선주의, 코리아 퍼스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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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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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의 '외교 대전환', 엉뚱한 대전환을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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