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D.P.'는 군 부조리를 고발하는 한편, 방관이란 화두를 던진다.
넷플릭스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이 조금 극화되어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병영 현실하고 좀 다른 상황일 것입니다…."
서욱 국방부장관은 지난 9월 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D.P.>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당시 <D.P.>로 인해 군 구타·가혹행위가 다시금 조명된 상황이었다. 며칠 뒤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에서 운영하는 국방TV 유튜브 채널에 "부조리는 다 사라진 것 같습니다"라고 발언하는 현역 장병의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D.P.> 속 구타·가혹행위는 이젠 사라진 악습이거나 과장된 걸까. <오마이뉴스>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2020~2021년 군사법원과 민간법원에서 선고된 군 구타·가혹행위 판결문 183건을 입수했다. 판결문 분석 결과, 서욱 장관의 말과는 달리 <D.P.> 속 구타·가혹행위는 사라지지 않았다.
[D.P. 속 가혹행위 ①] 후임병 팬티 벗기고 강제 추행... 추행만 134회
드라마 <D.P.>를 관통하는 주제는 탈영의 이유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조석봉 일병이다. 조 일병이 탈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계속되는 폭행뿐만 아니라, 자위행위를 강요당하는 등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이었다.
지난해 해병대 제1사단에서 있었던 일은 조 일병이 당한 일보다 훨씬 심각했다. 2020년 5월 경북 포항시 해병대 제1사단 생활반에서 선임병 3명이 후임병의 바지와 팬티를 벗기고 강제 추행했다.
특히 선임병 가운데 이런 일을 주도한 김아무개 상병은 피해자를 상대로 추행한 것만 134회에 달한다. 여기에 폭행만 70차례였다.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토로하면서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계속적인 트라우마로 고통을 받았다. 지난 2월 해병대 제1사단 보통군사법원은 김 상병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D.P. 속 가혹행위 ②] 담뱃불로 지지기?
<D.P.>에서 황장수 병장은 조석봉 일병을 상대로 이른바 '불고문'도 벌인다. 라이터 불로 조 일병의 음모를 태우거나 담뱃불로 신체를 지졌다. 현실에서는 이와 유사한 불고문 사례를 확인할 수 있을 뿐더러, 심지어 전기고문 사례까지 발생했다.
2019년 11월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에서는 선임병이 뜨겁게 달구어진 터보라이터 화구를 후임병의 손등, 이마, 목에 가져다 댔고, 후임병은 2도 접촉화상을 입었다. 선임병이 여러 차례에 걸쳐 후임병들에게 손에 세정제를 바르도록 한 후 라이터로 손에 불을 붙이거나 불을 붙인 라이터에 살충제 '에프킬라'를 분사해 피해자의 오른쪽 눈썹을 태운 사례도 확인된다.
2020년 5월 강원도 고성군의 한 부대에서 군 간부가 한 병사의 무릎에 물을 붓고 여기에 전기파리채를 15분 동안 반복해서 작동시켰다. 전기파리채로 가혹행위를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확인된 것만 같은 해 3~7월까지 18차례에 달했고, 어떤 경우에는 피해자 전신에 전기파리채를 대고 작동시켰고 그 시간은 1시간에 달했다.
또한 가해자가 피해자로 하여금 전기파리채에 손가락을 집어넣거나 그 위에 올라가기를 요구하고 피해자가 거부하면 주먹으로 피해자를 폭행한 것만 여러 차례였다. 결국 피해자는 전치 4주의 피해를 입었다. 가해자는 전기파리채를 이용한 가혹행위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36회에 걸쳐 535대 때리고 대검으로 왼손 등을 찌르기도 했는데, 제8군단 보통군사법원은 가해자에게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 등으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D.P. 속 가혹행위 ③] 개처럼 "왈왈" 짖게 한 행위, 무죄
"야, 우끼끼 해봐!" "짖어!"
황장수 병장을 비롯한 여러 선임병들은 조석봉 일병을 둘러싸고 그에게 원숭이 흉내를 내도록 명령한다. 조 일병이 "우끼끼"라고 하자, 선임병들은 폭소를 터트린다. 이와 같이 동물 흉내를 강제하는 것은 대표적인 인격 모독행위다.
2020년 5월 경기도 김포시 해병대 제2사단에서는 개 흉내를 내도록 했다. 선임병이 대민지원장소나 위병소 자동문 앞 등지에서 후임병으로 하여금 머리를 만지면 개처럼 "왈왈" 짖게 했다.
이 같은 행위로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2021년 5월 해병대 제2사단 보통군사법원은 가해자의 다른 행위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개 흉내를 내도록 한 것은 "피해자에게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발생하였을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 (중략) 군형법으로 처벌할 필요성이 있는 범죄로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D.P.> 속 가혹행위 ④] 80회 무지막지한 폭행... 군용 대검도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