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동네에서 주운 쓰레기로 만든 '쓰레기 아트'
노주형
1년 쯤 전부터 부산 사는 한 지인이 소셜미디어에 플로깅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동네를 걸으며 주운 쓰레기와 담배꽁초로 글자나 모양을 만들어서 페이스북에 올리는 '쓰레기 아트'였다. 뭔가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어 보여 나도 해보고 싶었는데, 쉽게 엄두가 나진 않았다. 봉다리와 집게 또는 장갑을 구비하고 밖에 나가는 게 귀찮게 느껴졌고, 쓰레기를 줍는 내 모습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괜히 의식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 프로그램에 참가한 계기로 동네 친구와 함께 플로깅을 해봤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고 호숫가에서 쓰레기를 주웠는데 의외로 재밌었다. 쓰레기를 줍는 게 뭔가 보물찾기같은 쏠쏠한 재미도 있고, 자동차 범퍼나 표지판, 돈, 휴대전화 같은 특이한 쓰레기를 줍는 재미도 있다. 산책하며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동네에서 일요일 아침마다 플로깅을 하는 소소한 줍깅모임을 시작했다.
길에서 가장 많이 줍게 되는 것은 단연 담배꽁초. 많은 분들이 모르는 사실이, 담배꽁초가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담뱃잎과 종이는 자연분해될 수 있지만, 꽁초의 필터 부분이 플라스틱 섬유 소재로 돼 있다(작은 물티슈를 뭉친 것과 비슷하다). 무단투기된 꽁초는 강과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미세 플라스틱이 돼 우리 몸으로 되돌아온다.
너무 많은 흡연자들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담배꽁초를 길에 버린다. 플로거들이 경험한 꽁초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은데, 지인은 하수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고 있는데도 지나가던 사람이 휙 버리고 갔다고도 하고, 또 어떤 흡연자는 꽁초를 줍는 플로거에게 '수고하십니다'라고 얘기하고도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기도 했다는 씁쓸한 사례도 있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꽁초를 주워가면 무게를 달아 보상금을 주는 제도도 있다(광주 광산구, 서울 강북구, 용산구 등).
플로깅을 지원하는 지자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