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혀 있는 아저씨의 포장마차영업을 하시는 3개월 이외에는 저렇게 문이 닫혀 있다. 아내를 위해 찾았지만 문을 열지 않아 돌아왔던 어느 날, 아저씨의 포장마차 사진이다.
최원석
부랴부랴 주위에 수소문하고 SNS에 도움을 요청했다. '아내가 입덧으로 슈크림 붕어빵을 먹고 싶어 하니 파는 곳을 알려 달라'라는 간곡한 예비 아빠의 호소였다. 이내 여러 개의 댓글과 메시지가 달렸다. 다행히 파는 곳이 있었다.
지체 없이 달려가서 붕어빵을 샀다. 아내에게 원하는 것을 구해다 줄 수 있다는 기쁘고도 기쁜 마음에 종종걸음으로 집에 도착해서 아내에게 붕어빵을 전달했다. 돌아온 반응은 실망. 그 이상이었다. 아내의 대답은 이랬다.
"여보. 고마운데 이거 예전에 먹던 맛이 아니라서 더는 못 먹겠어요. 항상 먹던 붕어빵은 텁텁하지 않았는데 이건 많이 텁텁해요. 하나 이상은 먹기 힘드네요. 다음에 아저씨가 만든 것으로 사다 주세요. 미안해요."
하아.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아내를 위해 멀리서 붕어빵을 공수해왔는데, 맛이 없다니. 속상했다. 붕어빵 앞에서는 무기력한 존재였다. 남은 붕어빵을 억지로 입에 꾸역꾸역 집어넣으며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팔지도 않는 것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그러다 아내는 출산을 했다. 그리고 산후조리 차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겨울이 지나고 아저씨께서 붕어빵 장사를 접고 나서야 아내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가 출산을 하고 고향에 가 있는 동안인 11월경이 되어서야 붕어빵 아저씨는 장사를 시작하셨다. '왜 이제 나오셨어요? 너무해요. 늦게 나오셔서 아기 엄마 입덧 때 붕어빵을 먹이지 못했잖아요. 10월부터 장사하시는 건 어떠실까요?...' 투정을 포함해,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이 있었지만 꺼내지 않았다. 말을 꺼내는 것 대신에 천 원짜리 세 장을 꺼냈다. 아내가 그토록 먹고 싶어 했었던 슈크림 붕어빵을 사기 위함이었다.
갓 구워진 붕어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겉바 속 촉촉한 맛, 아내가 그리워 마지않았던 그 붕어빵의 이유를 다시 느꼈다.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편의점에서 산 따뜻한 캔 커피를 건넸다. 캔 커피에 보이지 않는 글씨를 새겨서 말이다. 새겨진 글귀는 이렇다. '아저씨 내년부터는 장사를 조금 일찍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아기 엄마는 아기 돌을 지나 14개월 차에 접어드는 아기를 양육 중이다. 11월이 되기 하루 이틀 전쯤부터 장사를 시작하신 아저씨의 제일 큰 단골손님은 나다. 2년을 아저씨의 붕어빵을 기다린 아기 엄마에게 자주 사다 주기 때문이다. 결핍은 가끔 과한 소비를 일으킨다. 그때 아내에게 이 붕어빵을 못 사준게 한이 됐기 때문이다.
"올해만 하고 안 해야지 하다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