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생애사진 100선1990년 10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방자치제 실시 이행을 걸고 단식투쟁을 벌이다 이상증세를 보이자, 이희호 여사 등 가족과 측근들이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김대중 총재는 건강이 악화되어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서도 단식을 멈추지 않았다. '단식정국'이 진행되면서 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김대중 총재의 단식 장소를 찾아오고, 두 사람 사이에 어느 정도 협상이 이루어졌다.
단식 8일째가 되자 탈수증상이 나타났다. 주변 사람들이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겼지만 김대중은 단식을 멈추지 않았다. 소속 의원들은 총회를 열어 '단식 중지 결의안'을 채택하고, 동조 농성을 벌였던 당원들도 총재의 단식 중단을 간곡히 요청했다. 그러나 김대중은 듣지 않았다.
민자당 대표 최고위원으로 변신한 김영삼이 병실을 찾아왔다. 김영삼은 여러 가지 말로 김대중을 달랬다. 김대중이 말했다.
"여러 말이 필요없소. 3당 합당을 다시 깨겠다는 것이 내게는 가장 기쁜 위로의 말이오."
"비록 여당에 가담했지만, 나는 민주주의를 잊은 적이 없는 사람이오. 후광, 나를 너무 욕하지 마시오."
"3당합당 자체가 민주주의를 배반한 것이에요. 민주주의와 가장 먼 곳으로 가 있으면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한다는 것이오."
김영삼은 할 말이 없었다. 그냥 웃어 넘겼다. 김대중은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
"이보시오, 거산(김영삼의 아호). 나와 김 대표가 민주화를 위해 싸웠는데, 민주화란 것이 무엇이오. 바로 의회정치와 지자제가 핵심 아닙니까. 지방자치는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기회를 놓칠 수도 있소. 여당으로 가서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다 해서 어찌 이를 외면하려 하시오." (주석 15)
김대중 총재가 지자제의 실시를 정부 여당이 수용하지 않으면 단식을 풀지 않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보이면서 단식을 계속하자, 결국 지자제를 실시를 약속하고, 내각제 개헌을 주진하지 않겠다는 정부여당의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13일간의 단식을 풀었다.
단식이 끝난 뒤 여야는 지자제 실시에 관한 협상을 벌여 기초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의 정당공천 불용과 1991년 상반기 중 지방의회의원선거, 지방의회의원 선거 뒤 1년 이내 자치단체장선거, 광역선거에는 정당공천허용, 기초선거에는 정당공천배제 등에 합의했다. 김대중 총재는 여대야소 정국으로 급전직하된 정국에서 13일 간의 생명을 건 단식투쟁을 통해 70년대 이래 정치적 목표이던 지자제 실시를 쟁취하였다.
김총재와 평민당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자제, 즉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이의 실시를 요구해 왔었다. 당시 정가에서는 김총재가 지자제 실시에 얼마나 열정을 보였던지 '미스터 지자제'란 별칭이 붙었다. 평민당은 창당 이래 줄기차게 추구해봤던 목표의 하나를 쟁취하게 되었다.
단식투쟁을 마친 김총재는 쇄약해진 몸을 추스릴 여유도 없이 전남 영광ㆍ함평 보권선거를 지원하기 위해 현지에 내려갔다. 서경원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실시하게 된 보궐선거였다. 평민당은 지역감정 타파에 앞장선다는 정책이어서 이돈명 조선대총장, 홍남순 변호사, 송기숙 전남대 교수 등 재야 원로들이 추천한 영남 출신 이수인 교수를 공천했다.
당내 일부와 현지 유권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유권자들을 무시한 처사", "김대중이 대권을 위해 호남유권자를 볼모로 이용하려 한다"는 등의 반발 분위기였다.
김총재는 현지에서 묵으면서 호남 유권자들을 설득하여, 이수인후보는 민자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1971년 이후 영남 출신이 호남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석
15> 김택근, 『새벽 김대중 평전』, 205쪽, 사계절,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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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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