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소>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회적 소수자에게 더 관대하고 정치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웹조사 결과 중 일부 갈무리
얼룩소
가해남성에게 물었다, 왜 죽였냐고
교제살인을 다룬 책 <헤어지자고 했을 뿐입니다>에는 여성들의 안타까운 마지막이 기록돼 있습니다. 3년 간(2016~2018) 108명 여성이 제각기 다른 남성에 의해 죽었어요.
왜 죽였을까요? 각각의 살해 이유를 모아보면 씁쓸합니다(책 244~274쪽).
"말다툼을 하다가 화나서. 싸우다 격분해서. 여자가 전화를 안 받아서. 여자가 헤어지자고 해서. 나한테 쌀쌀맞게 대해서. 돈 갚으라는 말에 화나서. 여자가 내 뺨을 때려서. 내 말을 안 들어서. 여자가 집에 늦게 들어와서. 자주 외출해서. 내 사과를 안 받아줘서. 여자가 술을 자주 마셔서. 내 전 여자친구를 욕해서. '도박 그만하라'는 말에 화나서. 내 얘기에 대답하지 않아서. 여자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총 108명 남성이 사귀거나 사귀었던 여자를 죽였다는 겁니다. 소송까지 안 간 사례(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 통계)를 합치면 이런 죽음은 더 많을 텐데요. 이쯤 되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주민번호 2번(혹은 4번)으로 시작하는 것, 남성보다 월급을 적게 받고, 임신·출산·육아로 커리어가 끊기는 것. 밤길 집에 오는 게 두렵고, 헤어질 때 '안전이별'을 검색해야 하는 것. 합쳐서 소위 '2등 시민'으로 사는 것, 다 괜찮으니까 죽이지만 말라고요. 살아 있게만 해달라고요.
얼마나 더
이준석 대표는 '스토킹 살인'과 페미니즘이 무슨 상관이냐는데, 정말 그럴까요? 페미니즘을 통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해진다면 이런 죽음도 줄어들 겁니다. 적어도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나 늦은 귀가가 살해 이유가 되진 않겠지요. 미국 소도시 덜루스(Duluth) 경찰은, 스토킹·가정폭력 등 발생시 가해자 남성을 72시간 의무 구속한다고 합니다. 한국과는 달리 스토킹을 살인의 전조 증상이라 보고 사전에 강하게 차단하는 거죠.
얼마나 더 죽어야 할까요? 마포구에서 남자친구에 맞아 죽은 스물다섯살 황예진씨를 포함해, 얼마나 더 죽어야 교제살인의 심각성을 깨닫게 될까요. 이런 '여성 살인(Femicide·페미사이드)'으로 몇 명이나 죽는지 알 수 있을, 여성 폭력 관련 정부의 공식 통계는 언제 만들어지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