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전두환 전 대통령 장례 이틀째인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아이들은 그의 죽음 앞에 멈춰선 '법적 책임'의 가벼움을 한껏 조롱했다. 법은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도구라고 배웠는데, 외려 극악한 범죄자를 용서하는 수단이 돼버렸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수백수천의 피해자들이 여전한 고통 속에 있는데, 가해자가 죽었으니 그걸로 끝이라는 식의 언론 보도가 가당찮다는 뜻이다.
'조문'의 사전적 의미를 들어, 일부 조문객들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조문한다는 건 '고인의 죽음을 슬퍼해 유족을 위로한다'는 뜻이다. "한마디 사죄 없이 떠난 학살자의 주검 앞에 분향하고 고개를 숙인다는 건 그의 욕된 삶을 인정하고 두둔한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힐난했다.
그의 유족 또한 위로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아이는 전두환의 유족들이 추징금 징수를 위한 정부의 재산 압류 조치에 소송전을 불사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해줬다. 얼마 전 노태우의 국가장 결정에 벌금을 완납한 것이 가장 큰 참작 사유가 된 것 또한 전두환과 그 유족의 막무가내 행태와 비교가 된 탓 아니겠느냐는 거다.
"전두환으로 인해 벌금을 완납해야 하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가 '업적'처럼 여겨지게 됐다"면서 "노태우가 제대로 친구 덕을 봤다"고도 말했다. 수중에 29만 원뿐이라며 어처구니없는 소송전을 벌이는 과정에 '달이 아닌 손가락만 보는' 여론의 부박함을 문제 삼기도 했다. 천문학적 벌금이 부과된 범죄 행위보다 애꿎은 추징금 징수 과정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게 황당하다는 뜻이다.
"전두환과 그 일당"
아이들은 그와 유족들을 싸잡아 "전두환과 그 일당"이라고 표현했다. 심지어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연좌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남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말한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의 발언과 5.18 민주화운동을 버젓이 '폭동'으로 적시한 <전두환 회고록>이 그의 장남이 소유한 출판사에서 발간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아이도 더러 있었다.
물론, 연좌제는 안 될 말이다. 해방 이후 극심한 좌우의 대립과 6.25 전쟁 이후 '빨갱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유족들의 삶을 옥좼던 그 연좌제라는 서슬 퍼런 단어가 아이들의 입에서 언급된다는 것 자체가 황망한 일이다. 그만큼 반성과 사죄는커녕 5.18 유족들의 고통을 나 몰라라 하고 호의호식해온 '전두환과 그 일당'에 대한 증오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연좌제는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오랜 관행으로 여겨져, 헌법 제12조 3항에 폐지 조항이 적시됐다. 공교롭게도 연좌제가 공식 폐지된 때가 광주 학살이 자행됐던 1980년이다. 전남도청이 계엄군에게 함락된 나흘 뒤인 5월 31일 전두환의 신군부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고, 그곳에서 헌법 개정을 추진했으니 얄궂기 짝이 없다. 1980년 10월 22일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이 개정됐고, 연좌제는 공식 폐지됐다.
전두환이 폐지한 연좌제의 혜택을 40여 년이 지난 지금 그의 유족들이 누리는 셈이니, 그저 분하고 어이없을 따름이다. 이러한 사실을 들려주자, 아이들은 사리사욕으로 가득찼던 전두환이 그걸 몰랐겠느냐며 자신과 가족, 친인척들의 '풍요'와 '안전'을 위해 미리 손쓴 거라고 조금은 억지스러운 주장을 폈다. 어떻게든 그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었다.
"수학여행이나 체험활동 때 가자고요, 그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