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골프시작Unsplash 골프를 자주 치는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신기한 말을 들었다. "앞으로 남은 골프 모임은 납회식뿐이야." "납회식이 무슨 말이야?" "송년 골프 모임이라고 할까? 올해 마지막 골프 경기라는 뜻이야." "난 아직 골프장 잔디도 못 밟아 봤는데 부럽다." "레슨 열심히 받아. 난 올해도 결국 백돌이(18홀 100타 내외)를 안타깝게 못 벗어났어." 친구가 납회식(사전적 의미는 시즌을 마감하는 위로 모임이다. 일명 쫑파티) 한다는 말을 듣고 혼자 책상에 앉아서 올해 골프를 결산해 보았다. 단 몇 줄의 문장이면 충분했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시월에 골프와 헬스를 처음 시작했다. 평균 일주일에 세 번 골프 연습을 했고 두 달 동안 스물다섯 번 연습장에 갔다. 세 명의 코치에게 레슨을 받았고 레슨 횟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여덟 번의 수업을 받았다. '유쾌한 중년 골프 입문기'라는 연재 글을 열한 편 작성했다. 중고 직거래를 통해 골프 운동화를 구입했고 친구에게 중고 골프채 몇 자루를 선물 받았다. 골프 연습장에서 선배 몇 분 만났고 친구들과 스크린 골프장에서 한 번 게임을 했다. 아쉽게 그게 올해 골프 결산의 전부다. 며칠 전 골프 연습을 하고 있는데 나이가 많은 선배가 말을 걸었다. "후배, 골프 할 만해?" "시작하긴 했는데 실력이 늘지 않아요. 골프에 재능이 없나 봐요." "선배님은 잘 쳐서 좋겠어요." "무슨 소리야. 나이 들면 어제 연습한 거 오늘 까먹어. 그래도 후배님은 나보다 십 년이나 일찍 시작했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 나이에 시작하면 투어 프로도 되겠네." "그런가요..." "실력이 금방 안 는다고 걱정할 거 없어. 아직 시간이 충분하잖아. 아직 나도 세월 탓하면 윗선배들에게 혼난다니까..." 처음 골프를 시작한 것도 점점 체력에 자신이 없고 건강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젊었다면 더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운동을 선택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골프채를 잡았었다. 여전히 골프 실력은 제자리이고 레슨은 받을수록 어렵게 느껴진다. 연습 부족이나 의지 부족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책하고 다그친다고 실력이 빨리 느는 것도 아니다. 모든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정말 별로 한 일도 없이 한 해가 지나갔다. 거실에 걸린 달력도 덩그러니 한 장만 남았다. 창밖에 휑한 감나무처럼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떠들썩한 연말을 보낸 때가 언제인지 아득하다. 크리스마스카드나 연하장 이야기까지는 안 꺼내겠다. 그러면 너무 옛날 사람 인증하게 되니까. 아무튼 예전에는 12월만 되면 약속과 모임으로 정신이 없었다. 한 해가 가기 전에 얼굴은 한 번 봐야 한다는 명분으로 회식이다, 모임이다, 송년회다, 망년회다 하며 바쁘게 보냈었다. 마치 12월은 송년회나 망년회를 위한 존재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적 분위기가 바뀌고 경기가 안 좋아지고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일상적인 모임조차 점점 줄었다. 크리스마스 캐럴과 크리스마스 장식이 사라진 도시의 겨울은 더 차갑게 느껴진다. 그러나 신세 한탄을 하기에는 선배의 말처럼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돌이켜 보면 아무것도 안 한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낸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하루하루 직장에서 바쁘게 일을 했고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쓰고 많은 일을 감당했다. 때로는 하루를 버티는 것도 힘들고 버거웠다. 마음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한편 작은 일에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고 가끔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커서 도전보다는 안정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망설이다 골프라는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골프채를 잡는 것도 어색했는데 이제 제법 공을 맞힐 수 있게 되었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무엇보다 골프 이야기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었다. 누가 나에게 올해 가장 인상 깊은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난 올해 골프를 시․작.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생각해 보니 명랑한 중년 골프 도전기도 꾸준히 썼다. 올해 내세울 성공이 없어도 계획했던 일이 잘 안 풀리고 목표했던 일을 이루지 못했어도 괜찮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새해가 오고 삶은 진행형이니까. 그리고 내년에도 나의 골프는 계속될 테니까... '오늘은 미스샷, 내일은 굿 샷!'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블로그와 브런치에 같이 싣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골프 #골린이 #운동 #중년 #정무훈 추천4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정무훈 (begintalk) 내방 구독하기 페이스북 하루를 일상 여행자로 틈틈이 일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네이버 블로그 '예술가의 편의점' 과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그림작가 정무훈의 감성워크북>이 있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종이 위 사각거리는 소리가 매력, 만년필 입문기 구독하기 연재 명랑한 중년 골프 도전기 현재글12화올해 골프를 시작했다, 할 수 있는 걸 했다 이전글11화자꾸 바뀌는 골프 코치... 비로소 내가 깨달은 것 추천 연재 와글와글 공동육아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김은아의 낭만도시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난생처음, 달리기 러닝화 계급도,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꽃보다 소년 5분 지각에 '대외비' 견학 버스는 떠났고 아이는 울었다 SNS 인기콘텐츠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8년 전 "박근혜 퇴진" 외쳤던 서울대 교수 "윤석열 훨씬 심각" 나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유서 경찰 투입 연행 '국립부경대 사태' 파장 "지금이 독재시대냐"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단독] "가면 뒈진다" 명태균, "청와대 터 흉지" 글도 써 [단독] 윤석열 모교 서울대에 "아내에만 충성하는 대통령, 퇴진하라" [단독] 김태열 "이준석 행사 참석 대가, 명태균이 다 썼다" AD AD AD 인기기사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3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4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5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올해 골프를 시작했다, 할 수 있는 걸 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12화올해 골프를 시작했다, 할 수 있는 걸 했다 11화자꾸 바뀌는 골프 코치... 비로소 내가 깨달은 것 10화초보 골퍼가 '새해 달력'을 사는 웃픈 이유 9화"저기요, 혹시..." 옆 타석 골퍼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8화어린왕자에게 배우는 골프 레슨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