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4.3법, 국가폭력에 의한 국가책임 묻기엔 적합하지 않아"

[현장] '제주 4.3특별법 개정과 그 과제' 학술대회

등록 2021.11.29 10:23수정 2021.11.2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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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특별법 개정과 그 과제’ 학술대회 11월 26일 제주4.3연구소가 진행한 학술대회에서 「국가 폭력에 의한 과거사의 입법적 해결과 그 한계-제주4?3특별법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하는 관계자 및 토론자들 ⓒ 박진우

 
지난 26일 오후 제주 제주시 호텔살롬제주에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제주4‧3특별법)' 향후 과제 논의를 위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사)제주4‧3연구소(이사장 이규배, 소장 허영선)가 주최한 이날 행사의 주제는 '제주4‧3특별법 개정과 그 과제'였다. 이날 학술대회는 지난 2월 20여 년 만에 전부 개정된 제주4‧3특별법을 바탕으로 향후 정의로운 역사로서의 4.3 정립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자 마련됐다. 

제주4‧3연구소는 "4‧3특별법 전부개정이 이루어지면서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풀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배·보상 문제, 호적 정정, 추가진상조사 등 많은 난제들이 남아 있"다고 학술대회를 열게된 취지를 밝혔다.

지난 2월 26일 국회에서 통과한 제주4·3특별법 제16조에는 "국가는 제13조에 따라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에 대하여 위자료 등의 특별한 지원을 강구하며, 필요한 기준을 마련한다"라고 돼 있다. 법률에 따른 부대조건인 "6개월 동안의 연구 용역을 추진한 후 보완입법을 추진"하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과거사 배·보상 기준 제도화에 관한 연구('4·3특별법'을 중심으로)'를 의뢰했다. 이후 한국법제연구원은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약 8개월간 이 연구를 수행하였다.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 폭력에 의한 과거사의 입법적 해결과 그 한계-제주4‧3특별법을 중심으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제주4‧3항쟁에 대한 그동안의 입법적 노력과 함께 제주4‧3희생자들에 대한 국가책임과 배·보상 기준의 한계에 대해 발제했다. 

제주4.3특별법의 배·보상 연구를 총괄 지휘한 최환용 선임연구위원은 제주4․3특별법에 대해 "그동안 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밝혀왔던 제주4‧3의 진상을 국가가 입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무고하게 희생당한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회복이 가지는 의미는 '인권신장', '민주발전', '국민화합'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폭력에 의한 과거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국가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 수립 당시의 혼란상을 고려하더라도 국가의 존재 이유인 국민의 기본권 수호를 다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국가가 개입하여 무고하게 주민을 희생시켰다는 점에서 제주4‧3 희생자에 대한 국가 책임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그칠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라고 덧붙였다. 


또 제주4‧3특별법은 ① 제정 당시 "희생자"에 대한 개념을 "사망, 행방불명, 후유장애 등으로 희생의 유형과 결과에 치중한 나머지 국가의 기본권 수호의무를 방기한 점", ② 지난 2월 개정된 법률의 배․보상에 대한 규정을 "국가의 책임에 대응하는 명확한 용어가 아닌 '위자료 등'의 모호한 표현의 채용", ③ "집단적인 희생"등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지 못했다는 등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제주공동체의 파괴와 이후 유족들이 연좌제 등으로 인하여 피해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리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현행의 제주4‧3특별법의 한계를 향후 과제라고 밝혔다.

최환용 선임연구위원은 제주4‧3특별법의 "배․보상은 법이론상 개인의 피해를 산정하는 관점에서 설계된 협소한 개념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국가 배상은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법인격이라는 요소를 들어서 개인 대 개인의 관계로 치환(置換)하여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에 대위(代位)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폭력에 의한 집단희생에 대하여 국가책임을 묻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즉 "국가폭력에 의한 집단적 희생은 고의나 과실과 같은 주관적 요건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국민의 생명·안전 등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 침해 상태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소극적으로 방조함에 따른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연구 용역은 국가 폭력으로 인한 보상 기준을 여전히 민법상 불법행위책임 이론에 근거해 판단했는데, 이것이 이번 배·보상 기준 정립에도 한계로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제주4.3특별법 개정과 그 과제’ 학술대회 11월 26일 제주4.3연구소가 진행한 학술대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 박진우

 
이번 연구용역 과정에서 4‧3유가족들이 제시한 방향은 '생명등가의 원칙'과 '공동체 희생에 대한 공동체 보상'이라는 관점이었다. 희생자에게 형평성 있게 지급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새로운 연구성과라고 밝혔다.

한편 유가족들과 4‧3관계자들의 공개 논의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는 "4‧3의 과거사 배‧보상 기준 제도화에 관한 연구" 보고서가 마무리 될 때까지 비공개로 일관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경제주4·3희생자및피해자유족회, 재경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등 3개 단체는 10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단순히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과거사청산의 원칙과 민주적 절차를 확인하는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라며 "행안부가 몇몇 유가족 임원들과 비공개 설명회를 실시한 것을 '유가족들과 16차례 의견수렴 했다'는 식으로 합리화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날 학술대회는 2개 영역으로 나누어 진행이 되었는데 제1부에선 <한겨레> 허호준 선임기자가 좌장으로 참여한 '4·3 추가진상조사의 방향'(박찬식, 전 제주4·3연구소 소장), '제주4·3 속 의사(醫師)들을 찾아서'(신영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의 주제발표가 진행되었다. 또 염미경 제주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와 박인순 전 제주한라대학교 복지행정과 교수가 지정 토론을 하였다.

제2부에서는 문성윤 변호사의 좌장으로 '국가 폭력에 의한 과거사의 입법적 해결과 그 한계'(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4·3특별법' 전부개정 이후의 과제와 전망'(고경민, 국제평화재단 사무국장) 주제발표와 최낙균 변호사와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의 지정토론이 있었다.
#4.3특별법 #배보상 #국가폭력 #과거사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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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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