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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연 아닌, 민주당 유감

[取중眞담] "선거 때 일회용 티슈처럼 쓰고 버려", 이 사태의 본질은

등록 2021.12.03 17:38수정 2021.12.0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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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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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조동연, 송영길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선발표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30·40대, 여성, 경제. 이렇게 몇 개의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날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좀 놀랐어요. 사실 그 연락 받기 전까지만 해도 제가 정치에 입문하게 되리라곤 꿈에도 몰랐거든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한 인사가 선거가 끝난 뒤 귀띔했던 '무용담'이다. 그는 현재 민주당의 현역의원이다. 그 의원은 "당에선 '체면이 안 서니 인터넷 검색으로 당신을 찾았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했다. 의아했다.

당시 민주당은 2019년 12월 말 '1호' 영입을 시작으로 총선 직전인 2020년 2월 중순 '20호'에 이르기까지 장장 2개월간 대대적인 인재영입전에 열을 올렸다. 인재영입이란 게 이렇게 허술한 것이었나. 게다가 그 의원은 꽤 앞 순위에 영입된 인물이었다.

결국 탈은 났다. 민주당이 '20대 희망 청년'이라면서 총선 인재 2호로 영입한 원종건씨가 자신에 대한 미투 폭로가 나오면서 2020년 1월 28일 전격 사퇴했다. 당시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던 이해찬 전 대표가 원씨 사퇴 다음날 직접 고개까지 숙였지만 여론은 냉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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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총선 인재영입 2호 원종건씨가 자신에 대한 '미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꾹 다물고 있다. ⓒ 남소연

  
사태의 본질
   
이번 조동연(39)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사태는 지난해 원종건씨 사례와는 질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바로 '민주당의 무책임'이다.

조동연 교수는 이번 민주당 대선 선대위 '1호' 영입인재였다. 조 교수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기 전, 민주당 쪽에선 "조 교수가 쓴 책을 읽고 OOO이 처음 연락했다더라"는 등, 또다시 '무용담' 같은 인사 막전막후설이 떠다녔다. 누가 주도했다느니 서로 공을 차지하려는 말들이 다퉜다. 민주당은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조 교수를 단숨에 송영길 당대표와 동급인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자리에 올려놓고 헹가래를 쳤다. 그게 11월 30일이다.

그러나 12월 1일 조 교수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여론이 악화하자 민주당 분위기는 급속히 싸늘해졌다. 다음날인 2일 조 교수는 아침 라디오 방송 출연을 자청해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국민들의 판단을 좀 지켜보도록 하겠다"면서 선을 그어버렸다. 이 후보 캠프 인재위원회 총괄단장인 백혜련 의원도 "국민적인 정서를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가세했다. 조 교수 영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송영길 대표는 침묵했다.

급기야 2일 밤 조동연 교수가 소셜미디어에 "그간 진심으로 감사했고 죄송합니다"라는 의미 심장한 글을 올리자 민주당에 비상이 걸리는 소동도 일었다. "전화가 안 돼 극단적 선택을 한 게 아닌지 정말 노심초사했다"(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조 교수 행방을 알기 위해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했다. 천만다행으로 조 교수는 무탈했다.


송영길 대표는 3일 오전 9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 교수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말에 조 교수를 직접 만난 뒤 조 교수 거취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전날만 해도 아무 말 없던 송 대표는 뒤늦게 울먹거리며 조 교수에 대한 공격을 두고 "비열하다"면서 엄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로부터 단 6시간 만인 3일 오후 3시께 조 교수 사퇴를 공식 수용했다. 성대한 영입 환영식을 연 지 불과 3일 만이다.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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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후보, 조동연 신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송영길 공동상임선대위원장, 김영진 사무총장. ⓒ 공동취재사진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당이 조동연 교수 건을 문제라고 봤다면 영입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면 당이 나서서 책임지고 조 교수에 대한 공격을 방어했어야 했다. 이번에 당의 대응은 두 가지가 모두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조 교수 문제를 몰랐다면 그 또한 무책임과 무능"이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 때 정치가 사람을 '티슈'처럼 쓰고 버린다고 누가 한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멀쩡한 사람 인생만 파탄시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조동연 교수와 민주당 광주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고3 학생이 똑같이 말했어요. '제가 그저께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상상도 안 했다'고. 그러면 이게 뭐냐 하면 이 선대위원장이라는 것은 선거운동을 지휘 감독하고 직접 실행하는 곳인데 거기에 이틀 전까지는 이 당하고 생각도 안 했던 분들을 그냥 앉힌 거예요. 그런 당이 무슨 당입니까?

전투 조직이잖아요, 선거운동 하는 조직은 기본적으로. 예를 들어 지지선언을 했다든지 또는 뭐 하다 못해 아이디어를 제공받는 소위 특보 이렇게 하면 이해가 가요. 그런데 도움 될 만한 전면에 내세워서 결국은 일회용 티슈처럼 쓰고 버리는 그런 분들로 지금 채우고 있잖아요."
 
야권의 한 유력 정치권 인사가 2일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평소 과격한 그의 발언과 생각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말은 과연 틀린가. 심지어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때 아이를 잃고 법을 바꾸기 위해 활동하면서 얼굴이 알려진 '태호엄마' 이소현씨까지 영입했다가 비례대표 공천 후순위를 주고 낙선시켰다. 이후에도 별다른 정치적 책임을 부여하지 않았다. 한 민주당 인사는 이를 두고 "정치는 비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런가. 정치는 비정한 것인가.

이번 사태를 취재하다 만난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런 푸념을 했다.
 
"아니 이렇게 되면 우리가 또 영입하기가 어려워지잖아. 영입인재까지 이렇게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기 시작하면 누가 정치권에 오려고 하겠어? 가뜩이나 지금도 다들 안 오려 하는데…"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영입은 계속 이러지려나 보다. 거기에 누군가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

그래서 감히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께 조언한다. 부디 선거 때 정치권의 부름에 답하지 마시라. "결국은 일회용 티슈처럼 쓰고 버리는 그런 분들"께, 부디 소중한 일상을 넘기지 마시라.
#이재명 #송영길 #인재영입 #민주당 #조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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