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상상마을에서 열린 리영희 선생 11주기 추모전

시민들, 이성과 진리를 향한 선생의 시대정신 되새겨

등록 2021.12.07 09:59수정 2021.12.0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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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 상상마을 상상숲 오디토리움관에서 추모연주와 노래 리영희 선생의 11주기 기일을 맞이하여 마을 예술가들이 연합하여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 송재영

  
기일인 4일 고 리영희 선생 추모전이 군포 수리산 상상마을 상상숲에서 열렸다. 작년에 10주기에 이어 올해에는 11월 29일(월)부터 12월 4일(토)까지 6일간 리영희기념사업회 준비모임과 안양군포의왕민주화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추모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날 11주기 추모전을 준비한 57명의 준비위원은 이후 준비위와 창립대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리영희 기념 및 추모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선생을 추모해 왔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선생이 군포 산본의 한양아파트에서 16년간 사는 동안 당시 소각장운동 및 언론(시민신문)에 참여하고 함께 실천 속에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 그리고 경기 중부권의 시민사회 모두가 함께하면서 리영희기념사업회에 대한 준비가 탄력을 받기 시작하였다.


추모전은 6일 동안 열린 전시실 이외에 마지막 날인 토요일에 시장, 국회의원, 시의장의 독후감 시상, 추모 공연, 초청 강연 순으로 진행되었다. 전시실에는 군포 산본 8단지에 살고 계시는 사모님인 윤영자 여사의 집에서 잠시 가져온 선생 생전의 유품이 전시되었다.

특히 선생을 그리워하는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 시화와 미술품들은 보는 이의 발길을 멈추고 엄혹했던 당시를 생각하게 하였다. 또한 선생의 개인 및 가족 사진들과 평소 즐겨 읽던 서적,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책상, 옷가지 등 유품들을 통해 선생의 치열한 사색의 흔적을 느끼고 이성의 채취를 맡을 수 있었다.
 

추모사를 하고 있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전 리영희 재단 이사장이면서, 현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이 선생을 추억하는 추도사를 하고 있다. ⓒ 송재영

 
행사는 오후 2시 추모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오디토리움관에서 시작된 추모 공연에서 지역의 마을 음악가들이 출연하여 선생을 추모하는 운율을 선사하였다. 김예빈 첼리스트는 오펜바흐 곡인 자클린의 눈물을 구슬프게 연주하면서 관객들을 숙연하게 하였다.

송주희 마을 가수는 노찾사의 노래인 동지를 위하여와 양희은의 참 좋다를 아련하고 애닯프게 부르면서 관객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정태춘의 92년 장마와 종로에서를 부른 김기홍 가수의 투박한 노래는 사람들의 기억을 엄혹한 시절로 돌아가게 하였다.

이어진 추모식에서 전 리영희 재단 이사장, 현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은 "리영희는 한쪽에서 추앙받고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여전히 매도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오로지 우리 의식을 억압하고 있는 문제를 해방하고, 자유롭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키우고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써왔던 사람"이라면서 인간 리영희의 진솔한 모습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시된 선생이 집필한 서적의 구절 선생은 <분단을 넘어서>라는 책에서는 남북통일을, <우상과 이성> 책에서는 진리를 향한 우상에 대한 도전을 웅변하였다 ⓒ 송재영


이번 주최 단체 중의 하나인 안양군포의왕민주화기념사업회 정금채 이사장은 "광란과 맹종의 시대에 선생의 이성의 빛은 사람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해주었고 그 사람들이 민주화의 거대한 물결로 이어지면서 세상이 변하기 시작하였다"라면서 선생의 이성의 그림자는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한대희 시장은 "군포에 동굴의 우상을 깨뜨렸던 선생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는 것은 우리 군포시민들이 리영희 정신과 늘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라면서 이러한 추모전이 계속되고 발전되어 시민들 속에 보다 확산되기를 바란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대희 시장, 이학영 국회의원, 성복임 시의장이 각각 리영희 독후감에 당선된 시민들에게 대한 시상식에 이어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에 의한 강연이 있었다. 중국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를 한 전문가로서 백 교수는 중국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대중적 혐오감에 대해 언급하면서 강연을 전개했다.
 

백영서 연세대 명예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중국문제 전문가로서 전 리영희 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백영서 교수가 중국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의 강연을 하고 있다 ⓒ 송재영

 
마치 리영희 선생이 '전환시대의 논리'를 통해 중국에 대한 대중의 객관적 인식을 시도했듯이, 강연자는 현대의 중국에 대한 한국 중심적 사고와 편견이 과연 중국의 객관적 실체 앞에서 미래지향적일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는 "중국이 한국에게 어떠한 존재이며, 무엇이냐?'라는 질의에 대해 "한국 아니 한반도가 중국에 어떠한 존재이며, 무엇이냐?"라는 물음에 오히려 답해야 한다는 말로 강의를 마쳤다.

현재 리영희기념사업회 준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면서 마지막 사회를 본 김동민 교수는 현재 57명이 준비위원이 기념사업회 창립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하였다. 그는 "리영희는 그의 사상을 이해하고 알고자 하는 시민들의 폭넓은 관심을 통해 되살아 날 것이다"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추모회 총감독을 맡았던 신완섭 시인은 "올해는 리영희기념사업회를 만들어 안정적인 추모사업을 전개하자는 사람들이 모여 준비했기 때문에 이전과 달리 의미 있는 행사였다. 내년엔 기념사업회가 만들어지고 참여하는 시민들이 많아져서 선생의 정신인 이성의 붓으로 진리를 밝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한다"라는 희망을 밝히며 6일간 추모전의 막이 내렸다.

내년 초에 창립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리영희기념사업회 준비위원에는 군포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다양한 생각을 가진 지식인, 시민들이 중심이 되고 있지만, 안양군포의왕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나 6.15경기중부본부, 민주노총경기중부지부의 사람들도 참여하고 있다.

이후 이들은 일반시민들의 폭넓은 참여를 유도하면서 기념사업회가 시민과 함께 점차 대중적 공감대를 확대하는 범시민적 일상사업을 통해 장기적으론 '리영희기념관' 설립까지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산본 8단지 서재에 있던 서적들과 유품들.. 전시관에는 평소 선생이 읽던 서적들과, 겨울철 외투, 사서 몇 번 신어 보지도 못한 신발, 장갑 등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 송재영

#리영희 #기념사업회 #리영희재단 #추모전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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