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을에 '피아노'라는 구근을 심은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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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가 진행되는 50세에 새로운 것을 배우면 이점이 많다. 우선 대뇌를 자극하여 두뇌의 노화를 방지하고 기억력을 높인다. 뇌는 개인의 경험으로 계속 변하고 발달하기 때문(뇌 가소성, brain plasticity)이다.
'늙은 개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수 없다'라는 속담은 낡은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피아노와 같은 악기를 배우면 신체적 이점도 있다. 손가락의 미세 운동이 활발해지면 부족해진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물론 나이들어 피아노를 시작하면 기술적인 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경험에서 오는 음악적 감성이나 표현력은 오히려 깊고 풍부할 수 있다. 음악적 감성이란 음악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능력, 공감 능력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부모님의 강요로 억지로 학원에 다니며 악보 위에 바를 정(正)을 채워가던 기계적 연주가 아니라 이제는 내 감정을 표현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연주다.그뿐 아니라 피아노를 통해 인생의 통찰력 또한 얻게 된다.
연습곡이 어려워도 꾸역꾸역 치며 스트레스를 받았던 친구는 이 곡을 멈춰도 된다고, '포기가 아니라 잠시 미루기'라는 강사의 말에 완벽주의라 힘들었을 자기 자신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처음엔 아주 느린 속도로 천천히 연습해라. 악보에 나온 빠르기는 나중에 자연스럽게 된다'라는 피아노 학습법을 통해 지금까지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달려온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었다.
지난달, 순천만 국가정원에 갔을 때 본 튤립 구근(알뿌리)이 생각났다. 초겨울을 앞두고 마늘보다 크고 양파보다 작은 튤립 구근 심기가 한창이었다. 튤립은 추위를 이겨내고 봄에 예쁜 꽃을 피운다. 흔히 중년을 인생의 가을에 비유하곤 한다.
여기 인생의 가을에 '피아노'라는 구근을 심은 이들이 있다. 그들은 어릴 때와는 다르게 경험과 시간, 열정이라는 값진 거름을 가지고 있다. 피아노 구근은 땅 밑에서 더디게 움틀지 모른다. 하지만 푸른 싹이 나고 언젠가 각자만의 색깔과 향을 가진 꽃으로 피어나리라 믿는다.
뻔한 말로 들리겠지만 늦은 때란 없다. 악기, 그림, 운동, 글쓰기, 언어…… 평소에 당신이 원했던 구근을 심을 때가 바로 지금이다.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경험에 도전한다면, 우리에겐 또 다른 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 전후의 고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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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세상의 나뭇가지를 물어와 글쓰기로 중년의 빈 둥지를 채워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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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넘어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들, 이게 왜 좋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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