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고양이의 사진은 정말로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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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수염뿐일까. 새끼 고양이의 사진은 정말이지 사랑스럽다. 온몸을 뒤덮은 보송한 솜털, 조그마한 앞발, 한글 자음 'ㅅ'을 닮은 입매까지도. 어디 하나 귀엽지 않은 구석이 없다. 동물을 좋아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동물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도 아기 고양이 사진을 보다 "귀엽네" 한 마디를 넌지시 던지곤 한다.
하지만 외형만 보고 속아선 곤란하다. 앞서 내가 "새끼 고양이가 사랑스럽다"고 말하지 않고 "새끼 고양이의 사진이 사랑스럽다"고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고양이는 보통 12개월 정도까지 성장하는데, 그 성장기를 부르는 (비공식) 용어들이 따로 있다. 고양이 반려인들은 이 시기의 고양이를 이렇게 부른다. 캣초딩, 에너자이저, 미친고양이 시절, 악령 들린 고양이.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인 새끼 고양이의 활동량
첫째 고양이 반냐는 '캣초딩' 시기에 남편과 내게 입양됐다. 고양이는 유년 시절부터 정적일 줄 알았는데 그게 대단한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건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새끼 고양이들은 입질을 한다. 녀석들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사냥감으로 인지하고 달려와 깨물곤 한다. 반냐 역시 시도 때도 없이 반려인을 무는 버릇이 있었다. 자판 타이핑을 할 때는 물론이고 대화를 하며 제스처를 취하기라도 하면 달려와 손을 깨물곤 했다. 남편과 내 손에는 자잘한 상처가 생겨났다.
심지어 잠을 잘 때 이불 밖으로 손이나 발이 나가면 반냐의 먹잇감이 되었다. 우리는 점차 이불 속에 손발을 감추는 방법을 익혔다. 물론 아무리 손발을 감춰도 머리만은 이불 밖으로 내놓아야 했기에 머리카락과 두피는 반냐의 제물이 됐다. 이즈음 우리는 농담처럼 집에서 잠도 못 자고 일도 못 한다고 푸념을 시작했다. 사실 몹시 진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