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에 있는 한 대형견 운동장. 여름이가 위탁 훈련을 받기도 했던 시설.
박은지
외국 영화를 보면 많은 대형견들이 보호자의 옆에 바짝 붙어서 느긋한 속도로 걷는다. 보는 사람마저 평화로워지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이다. 이런 습관은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는다. 어린아이가 공공시설에서 예의범절을 하나하나 배워야 하는 것처럼 개도 그렇다.
물론 개의 성향이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산책 예절은 첫 단계부터 하나하나 가르칠 필요가 있다. 대형견이라면 사람이 힘으로 케어할 수 없는 순간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산책 훈련이 더더욱 필수다.
여름이는 8개월 무렵에 파양되어 우리가 입양했는데, 그 전에 산책을 전혀 배우지 않았는지 목줄을 하고 밖에 나가면 무조건 앞만 보고 내달렸다. 목줄을 잡고 있는 내 손이 아플 정도인 데다가, 날아가는 새를 보면 무작정 쫓으려고 해서 평화로운 산책은 커녕 산책이 스트레스가 될 지경이었다.
소형견이라면 어쨌든 사람의 힘으로 컨트롤이 될 것이고, 대형견이라도 몸집이 작은 어린 시절부터 키웠다면 훈련이 수월한 부분이 있었을 테지만, 여름이는 처음 만났을 때 이미 23kg였다.
결국 훈련소에 가서 여름이의 흥분도를 낮추고 제대로 된 산책법을 배우기로 했다. 한 달 동안 훈련소에 등록하고 배운 덕분에 이제는 어엿하게 사람과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걸을 수 있게 됐다. 목줄을 살짝 잡아당기면 자리에 앉는다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도 익숙해졌다. 교육은 한 달이었지만 평생의 습관을 만들어준 셈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빼먹을 수 없는 것
"하루에 산책을 얼마나 하세요?"
대형견을 키운다고 하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산책만큼 중요한 일과가 사실 실외 배변이다. 오전 일찍 한 번, 오후에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하루에 세 번은 꼭 배변을 하러 나가야 한다.
직장인인 남편이 아침과 밤에 배변을 시키고, 재택근무를 하는 내가 오후 배변을 해주러 나간다. 그나마 집에 사람이 있으니 다행이지만, 우리 둘 다 직장인의 생활 패턴이었다면 여름이는 출근 전부터 퇴근 후까지 꼬박 12시간 정도 배변을 참아야 했을 것이다.
대형견 중에는 유난히 실외 배변을 고집하는 개들이 많은 것 같다. 이 말은 태풍이 오나 폭설이 오나, 몸이 아프거나 전날 밤새워 일하느라 극도로 피곤하더라도, 365일 중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잠깐씩이라도 외출을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무엇인가를 '매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떨 땐 침대 위에 영원히 붙어 있고 싶어 하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여름아, 혼자 나가서 쉬하고 오면 안 돼?'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여행을 포기하게 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