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기린> 평화바람 지음, 이수연 그림(쉼어린이, 2021)
쉼어린이
"이 작은 그림책이 세상의 사라져가는 동물을 지켜내고, 하얀 기린과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책 <하얀 기린> 작가의 말 일부다. 그는 학교와 지역에서 평화·통일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강사다. 작가는 '평화바람'이란 필명을 쓰고 있는데, 평화를 바라는(Wish) 사람들이 일으키는 평화의 바람(Wind)이라는 뜻이다. 평화바람은 작가가 대표를 맡아 활동하고 있는 평화·통일 관련 교육 프로그램과 콘텐츠, 문화와 상품을 연구하고 확산하는 단체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림책 제목에 등장하는 하얀 기린은 실제 존재하는 것일까? 저자는 2019년에 아프리카 케냐에서 발견된 세 마리의 하얀 기린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이야기를 쓰게 됐다.
루시즘(leucism)이라는 희귀한 유전 특성 때문에 피부와 털 등의 색소가 부족해서 드물게 하얀 털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문에 하얀 기린은 자연에서 몸을 숨기기 힘들어 많은 위험을 겪고, 같은 종의 다른 무리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하얀 기린>의 주인공 레인 역시 하얀 털을 갖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기린 무리의 수군거림과 따돌림을 당해야 했다. 그러다가 침팬지, 코끼리, 코뿔소 등 다른 동물들을 만나 '특별한 기린'이라는 말을 듣고 따돌림의 상처를 극복한다.
그런데 그 동물들은 팔이 잘리고, 상아가 잘리고, 뿔이 잘린 모습이었다. 이 동물들은 '특별한 기린'에게 두 발로 서서 다니고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를 조심하라고 말한다. 바로 자신들을 해친 '사람'들이다.
'착각 때문이지. 누군가에게 준 고통이 자기에게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작가는 이 동물들의 말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이기심과 탐욕,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는 마음에 대해서 말이다. 결국, 하얀 기린 레인도 '두 발로 서서 다니고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가장 소중한 가족을 빼앗겨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