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 있었던 이들이 만든 친목 목적의 온라인 다음 카페 게시판 중 관련 글 갈무리. 이 회원은 '시체실이 있었고 1년에 60~70명이 죽었다'고 글을 썼다.
손가영
안씨와 같은 증언자는 두 사람이 더 있다. 한 명은 아동보호소 출신들이 모인 친목 온라인 다음 카페 회원이다. '김○○'이란 이름을 쓴 회원(63)은 2013년 5월 26일 자유게시판에 "곡괭이자루로 맞고 원산폭격도 받고 보트타기 기합도 받았던 기억이 난다"며 "식당 위에 시체실을 늘 열어보고 확인하곤 했는데 모두 기억한다"고 글을 썼다. 그는 "시체실에 1년간 죽어 나간 사람은 아마도 60~70명 이상으로 기억한다"며 "1개월에 1~4회 시신을 석고붕대에 습을 해서 구급차로 이송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안씨로부터 가장 처음 제보를 받았던 박병섭씨도 지난 10월 또 다른 보호소 출신 김아무개(68)씨의 전화를 받았다. 박씨는 2017년 '서울시 노숙인 생활시설 인권실태 전수조사' 민간조사원으로 영보자애원을 조사했고, 최근 영보자애원을 둘러싼 국가폭력 문제를 공론화하며 모든 부랑인 수용소의 피해 사례를 제보 받고 있다.
김씨는 전화 통화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쯤 경찰이 잡아갔고 몇 달 후 도망쳤다가 또 붙잡혔다. 대여섯번 끌려갔다"며 "구타가 심했다. 닥치는 대로 얻어맞아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결국 선감학원이란 곳을 가서 6~7개월 정도 있었다"고 밝혔다.
안씨의 관심사는 그 별관의 정체가 무엇이고, 누가 어떻게 관여했으며, 몇 명이 죽고 다쳤는지 등이다. 다만 자신도 보호소에 부모님이 있는지, 어디 사는지, 여기 왜 왔는지 등을 밝힌 적이 없다며 다른 수백 명 아이들도 기록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만 그는 "당시 공무원들, 그리고 '대장질'을 했던 사람들이 그 때를 기억할 것이고, 나처럼 고통을 당했던 수 백명이 있을 것"이라면서 "진실이 드러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부랑인 수용시설' 전수조사해, 국가폭력 밝혀야"
지난 5월 활동을 시작한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진실화해위)는 1960~1980년대 부랑인 강제수용소의 국가폭력 및 인권유린 문제를 조사 중이다. 부산 형제복지원, 서산개척단(대한청소년개척단), 경기 안산의 선감학원 등에서 국가에 의해 이뤄진 강제 노역, 납치, 가혹행위가 조사 대상이다.
일각에선 당시 '부랑인 수용시설'로 등록된 기관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가폭력이 자행됐다는 고발이 이 3곳에 그치지 않고 계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영보자애원과 서울시립아동보호소 등이 그 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 11월 진실화해위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금·납치·가혹행위 등의 의혹이 제기된 영보자애원의 강제입소자 피해도 진상규명해달라고 촉구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함께 과거 부랑인 수용시설 전반의 피해 사례를 조사 중인 박병섭씨는 "과거 국가폭력 문제를 제대로 반성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려면 국가가 선제적으로 부랑인 수용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먼저 정부·지자체가 보유해놓고 공개하지 않는 기록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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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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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된 아이들, 곡괭이자루에 맞고 죽고... 그곳은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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