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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가 지역방송의 역할을 지워가고 있습니다"

광주MBC, 간판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황동현의 시선집중> 폐지 통보

등록 2021.12.17 17:13수정 2023.08.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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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MBC '황동현의 시선집중' 프로그램 소개
광주MBC '황동현의 시선집중' 프로그램 소개광주MBC 홈페이지

[기사 수정 : 2023년 8월 11일 오후 3시 14분]

"매일이 모순입니다. 변하지 않는 현실에 숨이 막힙니다. 광주MBC가 지역방송의 역할을 지워가고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프로그램 폐지 통보를 받은 지금, 우리의 '노동가치'가 버려진 휴지조각 만도 못하다는 생각에 비참합니다"

광주MBC 간판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황동현의 시선집중>이 12월 31일 자로 프로그램 폐지 통보를 받았다. <황동현의 시선집중>은 12년간 명맥을 이어온 광주의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으로, 매주 월~금 오전 7시 5분이면 어김없이 지역민들에게 지역 소식을 전해왔다.

프로그램 제작 스텝들은 "광주MBC 콘텐츠본부장이 <황동현의 시선집중>이 수도권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CBS <김현정의 뉴스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비해 높은 청취율을 올리지 못하는 것을 폐지 이유로 들었다"는 말을 폐지 통보를 받은 프로그램 담당 PD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프로그램 제작 스텝들은 "지역의 시사 프로그램은 단순히 청취율, 인기, 화제성을 얻기 위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며 "수도권과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서 단순히 청취율을 이유로 12년간 이어져온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건 지역 청취자들의 알 권리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광주MBC의 이번 프로그램 폐지가 확정될 경우 그동안 <황동현의 시선집중>과 함께 최대 10여 년간 일해온 프리랜서 노동자 4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들은 오랜 기간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일해왔음에도 프리랜서 계약을 통해 고용된 비정규직이다. 

이번 통보에 대해 프로그램 제작 스텝들은 "이번 프로그램 개편 통보에서 사측은 프리랜서 제작 스텝들과 단 한 차례의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며 "사측이 입맛대로 휘둘러대는 '쉬운 해고'에 어제는 있던 것이 오늘 없고, 수십 명의 힘없는 프리랜서들이 실직자로 전락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열악한 노동구조는 방송 만들던 '안'에도 있었다"

이들은 또 "2021년, 공정을 외치는 지역 언론에서, 무엇보다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를 자처하는 광주에서 50여 년 전 전태일 열사를 만든 일이 일어났다"며 "그동안 <황동현의 시선집중>이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뤄왔는데, 이때 다뤘던 열악한 노동구조는 또한 방송을 만들던 저희들 '안'에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 제작 스텝은 "수년째 매일 새벽 방송국으로 달려가 생방송을 하고 원고를 썼다. 옷 한 벌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하고 정신없이 뛰어야 하면서도, 불평 한 마디 없이, 그저 방송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과 감사함으로 이 자리를 지켜왔다"며 "오직 방송과 언론의 역할만을 고민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사라지지 않도록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17일, 성명을 발표한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광주전남민언련)은 "MBC 박성제 사장은 사장 내정자 시절 신사업TF를 만들어 '비정규직 상생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광주MBC는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회사를 위해 성실히 일해온 프리랜서 노동자들에 대해 근로의 계속성과 전속성을 인정해 계약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전남민언련은 또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좋은 콘텐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며 "방송계에서 수십 년째 이어져온 관행인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개선과 함께 현재 계약돼있는 프리랜서 구성원에 대한 처우개선에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방송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12년간 역할을 해온 장수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아래 중노위)는 MBC 보도국 방송작가 두 사람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소송과 관련해 "두 작가를 '프리랜서'로 판단한 초심을 취소하고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중노위로부터 부당해고 사실을 인정받은 MBC 보도국 방송작가 두 사람은 광주MBC <황동현의 시선집중> 제작 스텝들처럼 MBC에서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맡아 정규직 노동자처럼 일했다.
#광주MBC #황동현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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