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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은 왜 이준석에 열광하게 되었는가

[주장] 스물셋 청년이 생각하는 이대남 정체성의 핵심, 군대

등록 2021.12.21 07:16수정 2022.02.1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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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022년 2월 18일 낮 12시 25분]
 

지난 4월 7일 치러진 재보궐선거 당시 KBS 개표방송 갈무리 ⓒ KBS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이대남(20대 남성)이라는 유령이.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 진보와 보수 모두 이 유령을 사냥하거나 이용하려 한다. 누군가는 이대남을 '여성 혐오자'라고 하고 누군가는 '정치적 선동'일 뿐이라고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단지 '백래시'(반발)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대남은 선거를 통해 실존을 알렸다. 지난 4월 7일 재보궐선거에서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 72.5%의 지지를 보냈다. 60대 이상 여성 다음으로 압도적 지지를 보낸 단일 연령·성별 집단이었다. 오세훈 후보가 이대남의 학생 시절 '급식을 빼앗는다'고 여겨지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이대남의 물결은 제1야당의 당대표 선거에도 들이쳤다. 그들은 30대의 '공정' 이데올로기를 가진, 페미니스트들이 '안티 페미니스트'라 부르는 후보에 열광적 지지를 보냈고 기성세대가 힘을 보탰다. 그렇게 이준석은 당대표가 되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대남도 함께 촛불을 들고 '꼰대', '적폐' 정당이라 욕했던 그런 당의 후보였기에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이대남은 이제 유령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상수이자 하나의 세력이다. 그렇다면 이대남은 누구인가. <시사인> 기사 "[20대 여자 현상] '약자는 아니지만 우리는 차별받고 있다'"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 남성이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질문에 58.6%의 20대 남성이 동의했다(20대 여성은 18.4%가 동의했다).

58.6%. 이들은 페미니즘을 거부한다. 남성이 차별받고 있는데 여성의 권익을 신장시킬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이념을 가리지 않고 '반 페미니즘' 깃발 아래 모인 20대 남성, 이들이 이대남이다. 그리고 그 선두에 깃발을 흔들고 있는 이가 이준석 대표다.

이대남은 왜 '남성은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할까? 수많은 이유 가운데 '국방의 의무'가 이대남의 정체성을 포괄하는 이슈일 것이다. '20대 남성'의 피부에 가장 와닿는 문제이니까. 20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군대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왜 이대남은 이준석에 열광하는가?'에 답이 될 수 있는 까닭이 여기 있다.

[이대남의 의문 ①] 왜 '지금도' 남자만 국방의 의무를 지나요?


이대남의 아버지들이 20대이던 시절에 그들은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민법에서는 남성에게 가족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독점케 하는 '호주제'가 있었다. 이 시절에 아버지들은 한 가족을 대표해 국방의 의무를 졌다. 내 아내를 위해 혹은 미래의 아내가 될 사람을 위해,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그 아이들이 살아갈 공동체를 위해서 기꺼이 의무를 이행했다.

호주제가 폐지된 지 16년이 지났다. 아버지들과 이대남이 마주한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대한민국의 가부장제는 붕괴했다. 당연히 결혼해야 하고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풍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는 되려 비혼·비출산 열풍이다.

당연히 이대남의 국방의 의무에 대한 생각도 아버지들과 달라졌다. 내가 결혼을 할지도 모르고, 자식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왜 국방의 의무를 독박 써야 하냐는 것이다. 과거에 남자만 국방의 의무를 지는 것이 합당했을지라도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대남의 의문 ②] 왜 '신체적 차이'로 남성만 군대를 가야 하나요?

한때는 '신체적 한계'나 '임신·출산'을 이유로 남성만 군대를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대남들은 이미 신체적 한계에 구애받지 않고 국방의 의무를 질 수 있는 방식이 있다고 말한다.

요컨대 체력·근력을 요하지 않는 보직들이 그것이다. 정신·신체적 장애를 가진 남성들이 국방의 의무를 지는 방식인 '사회 복무 요원'을 참고할 수도 있다. 혹은 총을 들지 않는 다양한 대체 복무 제도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대남은 신체적 차이로 군대를 남성만 지는 것은 남성우월주의 사상이라 비판한다. 여성들을 '지켜줘야 할' 수동적 존재로 보는 편견이자 차별이라는 것이다. 이미 군대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1만 3천 명의 여성들을 보며 이들이 말한다. '봐라, 여자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이다. 

[이대남의 의문 ③] 왜 다가오지 않은 임금격차로 남성만 군대를 가야 하나요?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성별 임금 격차'로 군대 이슈에 접근하기도 한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은 소득을 얻기에 국방의 의무를 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분명 한국 여성은 같은 직종·같은 근속 년수에도 더 적은 돈을 받는다. 직업 선택에 제약을 받거나 경력 단절도 쉽다. 이런 불합리한 사실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없이 다수의 이대남도 동의한다. 다만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지금 20대의 임금격차'다.

이대남은 평균적으로 남성들이 높은 임금을 받는다고 해서 20대도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20대 공무원·교육 직종에서는 여성의 소득이 남성보다 3.3% 높다는 연구도 있다(김창환·오병돈, 경력단절 이전 여성은 차별받지 않는가?, 한국사회학회, 2019). 이대남이 보기에 최저임금도 못 받는 남성 군인을 포함하면 20대 남성은 또래 여성의 소득에 한참 못 미친다.

경력 단절 이후 나타나는 임금 격차는 어떨까. 이대남은 지금의 20대가 30~40대가 된 미래는 다를 것이라 말한다. 어제도 비가 내렸다고 내일도 비가 반드시 내릴 거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이미 고정 성별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고, 여성에 비율을 보장하는 할당제 등이 있다. 내년부터는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된다. 이런 제도들로 이대남은 20대에 이어 30~40대에도 여성보다 낮은 소득을 올리게 되지는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이들은 다가올지 확실하지도 않은 임금 격차로 남성만 군대를 가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양성 평등' 바라는 이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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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도 첫 병역판정검사가 열린 지난 2월 17일 오전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한 병역 의무자가 현역 대상 판정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이대남은 양성 평등을 부정하지 않는다. 한국 민주주의 연구소 최종숙 선임연구원이 2017년부터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되려 20대 여성에 이어 두 번째로 성평등 의식이 높은 성별·연령 집단이다("20대 남성 현상 다시보기", 최종숙, 경제와 사회, 2020). 이들의 평등이 페미니즘 진영에서 말하는 평등과 결이 다를 뿐이다. '남녀는 평등하다면서 국방의 의무는 예외'라는 주장을 이대남은 '뷔페미즘'이라고 비판한다. 좋아하는 것(권리)만 담고 싫은 것(의무)은 빼놓는 뷔페에 간 것 같다는 뜻이다.

이것은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는 유치함이 아니다. 차이가 분명 존재하는 양성의 기계적 평등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총칼을 들고 군사정권 시대처럼 교련이라도 받자는 무식한 이야기도 아니다. 이대남은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들이 공정하게 이 나라의 국방에 기여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말로 양성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국방의 의무를 함께 나눌 수 있을까? 긴 시간 사회적 논의와 토론, 합의가 필요한 일이다. 다양한 방식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낮은 출산율이 나라의 존립을 흔드는 시대, 일부의 주장처럼 모두가 군대를 가는 것이 원칙이되 두 자녀 이상 출생 시 병역을 완료했다고 보는 방식도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저출산과 국방의 의무에 대한 형평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와 같이 출산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대안도 있다.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기관을 확대해 보육업무에 투입하는 것이다. 국가에서 이 인력을 잘 활용하면 무상 보육 시스템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된다면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도 동시에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도 가질 수 있다.

'남녀는 평등 하지만 국방은 예외'가 계속된다면

진보 세력은 '남녀가 평등하다면서 국방은 왜 예외인가'라는 질문에 이대남이 공감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아니 내놓지 않았다. 이대남에게 이 문제가 얼마나 첨예한지 모르기 때문이다. 호주제 폐지 이전인 2005년 이전의 관성으로 페미니즘을 품고 있을 뿐이다. 그 사이 반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보수 진영의 이준석 후보에게 이대남은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게 된 것이다.

군대 문제 하나만으로도 이대남은 페미니즘에 그리고 진보 진영에 반감을 가지기 충분하다. 이들은 진보 진영을 한쪽의 말만 듣고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로 본다. '남자가 쪼잔하게 왜 그러냐', '여성도 다른 형태로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말한들, 이대남들에게는 '꼰대'일 뿐이다.

이대로라면 진보 세력은 이대남에게 철저히 외면당할지도 모른다. 이후 유권자가 될 남성 청소년들도 말이다. 진보세력이 지향하는 포괄적 복지 정책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마저 덩달아 침몰하는 것은 아닐까.

이대남들이 간절히 바라는 사회야말로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다. 누군가 어학연수를 하고 해외여행을 할 때 다른 누군가는 영하 20도에서 철원을 지키는 것이 공정한가? 가난한 이들, 장애를 가진 이들, 범죄자마저 현역 판정을 내리며 한 성별이 오롯이 국방의 의무를 지는 것이 정의로운가? 이 질문에 답을 내놓지 않는 한 제2, 제3의 '이준석'이 나타나 깃발을 흔들 것이고 '이대남'은 그 깃발 아래 모일 것이다.

나라를 지키는 일에 남녀가 따로 없을 것이다. 특히나 우리나라같이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면 말이다. 페미니즘의 시각을 조금 벗어나 남녀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듣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사회가 이대남의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고, 정책을 만들어 대안을 찾아내길 바란다. 그것만이 진정으로 젠더 갈등을, 이대남을 '유령'처럼 사라지게 만드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류옥하다 기자는 스물세 살 대학생기자입니다.
#이대남 #이대남현상 #이준석 #보궐선거 #이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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