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앞에서 열린 공정거래 가로막는 플랫폼 기업 항의 기자회견에서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이 화두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공정'은 '화두'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조차 어색할 정도로 벌써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이는 사회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느껴왔다는 의미이자 동시에 그만큼 공정한 사회를 바라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공정은 무엇일까? 천장이 어디인지 모르고 오르는 집값에 따른 주거 불평등,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평등, 성별에 따른 고용조건의 불평등... 이러한 모든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이 공정일까? 그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불평등의 해소가 공정사회에 대한 가장 큰 목마름 중 하나라 생각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다양한 불평등 가운데 하나만 꼽으라면 플랫폼 노동에 집중해 보고 싶다. 쿠팡, 배달의 민족, 카카오 대리·택시 등 플랫폼 기업의 성장은 눈부시다. 반면 이들 플랫폼에서 일하는 이들의 지위와 여건은 나날이 저하되어가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그들이 제공하는 일자리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부수입을 벌 수 있는" 좋은 일자리라 소개한다.
하지만 따옴표를 걷어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플랫폼 노동자는 부업이 아닌 주업으로 플랫폼 노동을 한다. 낮에 일하고 밤에 틈틈이 대리운전하는 이들은 드물다. 대부분 대리운전기사는 그것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음식배달기사, 쿠팡플렉스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부업으로 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플랫폼 노동이 그것 자체로 하나의 직업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플랫폼 노동자들을 지휘·감독한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카오 대리 같은 경우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배차한다. 그런데 배차 알고리즘이 기사들을 관리한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 충성도가 높은 기사에게 몇 초 정도 일찍 배차 알림을 띄운다거나 좀 더 좋은 목적지를 배정하는 식이다.
물론 카카오는 이를 부인하지만, 동시에 알고리즘 공개는 거부하고 있다. "AI 알고리즘이 객관적으로 배차한다"라는 주장만 반복할 뿐 알고리즘에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적극적인 해명은 거부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대리기사들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는데도 배차 알림에 시간차가 발생하는 증거를 제시하는 등 알고리즘의 차별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알고리즘을 공개한다고 해도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노동자를 관리하는지는 사실상 확인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알고리즘 자체가 영업비밀이기도 하고 공개된다 해도 그것을 외부에서 분석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자들이 외부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지휘·감독 여부를 증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플랫폼 사업자의 지휘·감독 여부가 중요한 것은 노동자에 대한 그들의 책임을 묻기 위함이다. 지금의 구조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은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이 전혀 없다. 자신의 시간에 자신의 책임으로 일하는 것이기에 플랫폼 사용자는 고용주가 아니다. 당연히 플랫폼 노동자도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가 된다. 플랫폼 사용자와 노동자 간에는 어떠한 고용 관계도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니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이나 4대보험 등 근로자로서 보장받을 수 있는 모든 권리에서 배제되고 만다. 그들은 '차별'을 주장할 대상조차 없는, 여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독특한 노동자다. 플랫폼 경제라는 것이 여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독특한 형태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책임질 대통령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