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이 2017년 9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과 역학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권우성
2020년 스코틀랜드에서는 '월경 빈곤(매달 기본적인 생리용품 구매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상황을 지칭한 말)'을 퇴치하기 위해 생리용품 무상공급을 결단했다. 지자체별로 자체적으로 공공기관 생리용품 구비를 선택한 한국과 다르게 나라 차원에서 모든 공공장소에 생리용품을 무료로 지급하는 정책을 시작한 것이다. 2019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생리용품에 붙는 판매세인 '탐폰세(tampon tax)'를 없애자는 법안이 주 하원에서 통과되었다.
이러한 결단들은 여성의 생리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임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생리는 한 국가 국민의 위생, 건강, 인권에 결부된 문제이기에 사회가 보장해야한다. 깔창 생리대 문제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불쌍하고 가난한 여성 청소년'을 강조하며 저소득층 청소년 생리대 지원 확대를 이야기하면서도 생리휴가 보장과 무상 생리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직 많다. 이는 생리의 문제가 보편 인권의 문제라는 상식이 아직 정립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2022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대선후보들에게 여성의 생리를 인권의 관점에서 다뤄주길 요청하며 두 가지 아이디어를 던지고 싶다. 하나는 생리휴가가 실제로 실현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안전한 생리용품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전자를 시행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공공기관과 정부기관 내부의 생리휴가 사용 실태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기본소득당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청 여성 공무원 중 생리휴가를 사용한 사람은 0.4%였고, 울산과 세종과 전북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자체 공무원부터 생리휴가를 못 쓰고 있는데 일반 회사에서 일반 직원들이 어떻게 생리휴가를 사용할 수 있나 싶다. 어떤 조직문화 때문에 생리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지 정부에서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생리휴가를 다시 유급화하는 방법과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생리휴가를 필수화하는 조치들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생리용품을 안전하고 값싸게 만드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을 듯하다. 스코틀랜드처럼 공공장소에 생리용품을 비치하는 것을 의무화할 수도 있고, 재난지원금처럼 생리를 하는 사람에 대해 바우처 카드를 나눠줘 각자의 몸에 맞는 제품을 알아서 사서 쓸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다. 혹은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법(월경용품 가격안정화법)처럼 생리용품에 대한 세금을 없애는 법 개정도 추진해볼 수 있다. 생리용품을 아예 의료보험 제도에 편입시켜 안전하고 값싼 생리대를 쓸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아무튼,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숨겨야 하는 것도, 부끄러운 것도 아닌 생리에 대해 끊임없이 말 할 마음만 있다면. 2022년 선출될 새로운 대통령의 입에서 "생리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오길 기대한다. 수치도 낙인도 아닌 권리로서의 생리 휴가, 안전하고 값싼 생리대 문제가 논의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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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정치에 관한 책 <판을 까는 여자들>과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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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성공무원 0.4%만 사용, 울산은 전무... 2022년엔 바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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