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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고통에 응답하는 후보를 뽑겠습니다

[2022대선 정책오픈마켓] 미래세대 교육을 고민한다면, 학교 현장에 가보라

등록 2022.01.03 14:00수정 2022.01.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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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두 달여에 걸쳐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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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성적통지일인 12월 10일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내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이 선출된다. 향후 5년 동안 코로나로 생채기 난 대한민국호를 이끌어갈 선장이 결정되는 운명의 날이다. 비록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조롱이 쏟아지고 있지만, 모든 나라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 법.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을, 하다못해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할 줄 아는 정치적 소양이 우리 국민에게 있다고 믿는다. 

3월 9일이면 모든 학교가 기나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한 일주일쯤 뒤다. 새내기의 경우라면 낯선 환경에다 학급 친구들도 아직 서먹한 탓에 교실에 종일 데면데면하게 앉아 있을 때다. 담임교사 없이도 1년 중 교실이 가장 조용한 시기다. 적어도 3월 말은 돼야 교실에 생기가 돈다.

대선에 교육과정과 대입 전형 이야기가 안 들린다

내년 고1 학년부장 보임을 맡았다. 한 해 동안 200여 명의 새내기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아홉 명의 학급 담임교사를 대표하는 자리다. 일반적인 사기업과는 달리, 부장이라고 해서 학년 운영을 총괄하고 책임지는 자리는 아니다. 학급마다 운영이 원활하도록 돕는, 굳이 정의하자면 퍼실리테이터 역할이다. 

요즘 새로운 한 해를 개략적으로나마 설계하고 있다. 아무래도 인문계고의 고1 학년부장으로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전면 시행을 코앞에 둔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그에 따른 대입 전형의 변화다. 새 교육과정의 안착을 위해 변화를 도모하면서도 당분간 기존의 대입 전형에 따라 준비도 철저히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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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성적통지일인 12월 10일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이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굳이 비유하자면, 핸들은 늘 해오던 대로 오른쪽으로 꺾지만 언제든 바로 좌회전할 수 있도록 속도 조절을 해야 하는 처지다. 그나마 내년에 입학할 고1은 나은 편이다. 현재 중1과 중2는 전면 시행되는 새 교육과정과 기존의 대입 전형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들은 2024년에 확정되는 대입 개편안에 따라 춤을 춰야 하는 세대다.

새내기를 기다리는 교사로서, 아이들이 직면하게 될 고통이 남 일 같지 않다. 그런데, 정작 2027년까지 대한민국의 국정을 총괄할 대통령 후보들에게서 새 교육과정과 대입 전형에 관한 이야기를 전혀 들을 수 없다.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뜻일까. 후보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5천만 국민 모두가 '교육 전문가'를 자칭하는 나라에서 구체적인 대입 공약이 없다는 건 애초 무지하거나 조심스러워하거나 둘 중 하나다. 조심스러워한다는 건 어떤 정책을 내놓건 찬반이 확연하게 갈리는 탓에 반대편으로부터 욕먹기 십상이라 주저한다는 뜻이다. 그런 사안일수록 확답을 회피하며 시간을 끌며 여론을 떠보는 게 상수다. 


학교 방문 어려우니... 아이들의 목소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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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하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후보들에게 진심 바란다. 미래세대의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학교 현장에 가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한다. 분칠하기 좋아하는 카메라 기자들 대동하고 떠들썩하게 'MZ 세대'를 만나러 갈 게 아니라, 입만 열면 '우리의 미래'라고 추켜세우는 청소년들의 고통에 우선 귀 기울이면 좋겠다. 그들은 당장 표가 안 된다며 무질러버릴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오미크론이 기승을 부리는 데다 하루를 분초 단위로 쪼개 쓰는 마당에 학교 방문이 녹록지 않다는 걸 안다. 그래서 준비했다. 아이들이 손수 적은 진솔한 고민과 간절한 바람을 여기에 풀어놓을까 한다. 삼척동자도 알 만한 뻔한 것도 있지만, 개중에는 기성세대를 성토하는 주장과 자포자기의 심정을 밝힌 것도 있고, 드물게는 반항기로 치부될 개혁적인 대안도 들어 있다. 

치기 어린 투정일지언정 교사로서 한 번쯤 성찰해볼 만한 이야기들이라, 감히 후보들에게 소개하려는 것이다. 미리 밝혀두지만, 학년말 아이들로부터 받은 강의 평가서에 적힌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접속해 입력하는 교사 평가도 있지만, 요즘엔 교사마다 자기 성찰을 위해 자발적으로 별도의 양식을 만들어 강의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아이들의 1년 학교생활과 수업 활동을 엿보려는 목적도 있다. 학급이든 교과든 담임교사가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기 위한 수많은 참고 자료 중의 하나다. 나의 경우, 평소 수업 태도와 수행평가 내용, 답사 보고서와 함께 강의 평가서는 아이들의 속내를 파악할 수 있는 더없이 소중한 자료다. 

교과라면 대개의 질문은 이러하다. 수업 시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수업 내용과 관련해 읽은 책이나 영화, 수업 중 아쉬웠던 점이나 고쳤으면 하는 점, 답사 등 프로젝트 수행 후 소감 등을 솔직하게 적도록 하고 있다. 그중 철저한 비밀 보장을 전제로 교과와 상관없이 관심 있게 보는 특별한 질문이 하나 있다. 

'지금 자신이 올인하고 있는 질문이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고민이 있다면?'

고등학생에게 철학적인 질문이나 존재론적 고민을 바라고 던진 건 아니다. 그저 요즘 아이들이 어떤 일로 힘들어하는지 알고 싶어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그들의 대답에 씁쓸했다. 아이들 대부분이 서로 커닝이라도 한 듯 똑같은 질문과 고민을 적었다. 이 성적으로 '인-서울' 할 수 있나, 왜 열심히 하는 데 성적이 오르지 않나, 어느 대학과 학과가 취직이 잘 되나. 

질문 대신 원 없이 잠을 자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은 아이도 있었다. 성적 때문에 불안해서 잠이 안 온다며, 며칠 동안 잠을 안 자고도 공부에 지장이 없는 약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는 황당한 경우도 봤다. 그런가 하면, 이 세상의 모든 대학이 사라지고 고등학교 과정으로 정규 교육이 끝나는 미래를 꿈꾼다며 판타지 소설을 쓰는 아이도 있었다.

교육과정이 수시로 개정되고 대입 제도 역시 조변석개하듯 바뀌었지만, 아이들의 고통은 나아지기는커녕 나날이 악화하는 것만 같다. 더욱 안타까운 건, 대입 제도에 관한 한 개선되리라는 기대를 아예 접은 채 각자도생의 무한경쟁 체제에 자신을 갈아 넣는 아이들이 태반이라는 점이다. '몸에 덜 해로운' 각성제를 찾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표정에 가슴이 미어졌다. 

서두가 길었다. 후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건 이것이다. 질문하고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해결될 리 만무하다면서도, '그저'라는 전제를 달아 이렇게라도 바뀐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는 몇몇 아이들의 솔직하고도 가엾은 이야기다. 공부에 찌들어 몸조차 가누기 힘든 그들이지만, 아직은 살아 있음을 느낀다. 

"대학 평준화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당일 컨디션에 인생이 좌우되는 수능을 여러 번 치를 수 있게 해 수능일의 부담이라도 줄여주면 좋겠어요."
"학벌 구조의 해체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친구들과 등급 경쟁이라도 하지 않게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꿔주면 좋겠어요."
"명문대 진학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역사가 좋아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싶은데, 국영수를 못해 사학과에 진학할 수 없는 대입 제도라도 고쳐주면 좋겠어요."
"부자가 되는 건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로봇이 좋아 과학자가 되고 싶은데, 취업이 힘들다는 이유로 의치대 진학만 강요하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인식만이라도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제20대 대통령 선거 #수능 #절대평가 #의치약대 선호 현상 #코로나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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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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