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리본 '기억여행' 배우들박유신(2-3 정예진 엄마), 박혜영(2-3 최윤민 엄마), 김명임(2-7 곽수인 엄마), 이미경(2-6 이영만 엄마), 최지영(2-6 권순범 엄마), 김순덕(2-1 장애진 엄마), 김도현(2-7 정동수 엄마)
월간 옥이네
공연장을 떠나서도 함께하겠다는 약속
벌써 6년 차가 된 노란리본 극단. 전국을 찾아 웃음과 눈물을 전하던 시간은, 아픔을 아픔으로만 두지 않을 용기를 선물했다.
"사실 길 가는 학생들을 못 쳐다봤어요. 그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분향소에 와서 인사하고 가도 못 만났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안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우리 극단을 초청해주셨어요. 공연하며 객석을 봤는데, 그 아이들이 다 울고 있더라고요. 마음으로 느껴서 같이 울어주는 거잖아요. 우리는 연습하면서 충분히 울고 나서 무대에 올라요. 우리의 그런 마음을 느껴주고, 의도를 알아줘서 고마웠죠. 그 순간을 못 잊겠어요." (김명임씨)
노란리본에게 옥천에서의 공연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함께 울고 웃던 순간은 무대 위 배우에게도, 객석을 채운 주민들에게도 울림을 전했을 테다.
"오늘 관객분들 중에 청소년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어린 나이였을 텐데, 이 참사에 대해 깊게 알지 못한다고 해도 공연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이미경씨)
함께하겠다는 관객들의 약속은 노란리본을 무대에 계속 오르게 하는 힘이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주민 정원석씨도 "이번 기회로 더 알아보고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소중한 약속을 전했다.
"세월호가 한참 화두일 때는 세부 사안들을 찾아보고 활동도 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잘할 거라는 기대감과 무언가 해결되는 느낌에 구체적으로 살펴보진 않았어요. 그런데 여전히 밝혀지지 않는 내용이 있다는 걸 오늘 다시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 정부에 요구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계속 살펴볼 생각입니다."
또 다른 관객 박정호씨도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늘 함께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연극을 보면서 응원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진상규명을 제대로 이루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을 세월호 참사 가족에게만 맡기지 않아야 해요. 이제는 국민 모두 더는 가만있지 않고 함께 투쟁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아픔을 아픔으로만 두지 않는 용기
"저희가 전부 다 겪었던 일이에요. 상상으로 꾸민 이야기가 아니라, 직접 겪은 일을 극으로 표현한 거죠."
2014년 4월 16일. 그날 이후 7년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 연극 '기억여행'은 그 과정에서 겪은 일을 되짚는다. 결코 쉽지 않은 시도였다.
"이번 '기억여행' 작품을 하면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너무나 아프고 힘든 공연이었거든요. 그러니 더 힘이 되어주려 하고, 더 다독이게 되고 보듬어주게 됐지요. 엄마들이 서로 배려하고 더 많이 이해하게 됐어요. 물론 아픈 과정이었지만, 그 아픔을 견디는 노력을 많이 했기에 훨씬 더 성장할 수 있었어요." (이미경씨)
고통을 다시 꺼낼 때 마주하는 또 다른 고통. 하지만 함께할 서로가 있어 견딜 용기를 낼 수 있다. 그렇게 아픔은 한 편의 연극이 되어, 더 나은 사회를 향한 희망이 되어 세상과 만난다. 그들의 용기는 누군가의 안전한 삶을 위한 길을 내고 있다.
"진상규명이 어떤 쪽으로 이뤄질진 모르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우리에게 이롭고 미화된 진실이 아니에요. 왜 그랬는지 있는 그대로 밝혀지길 바라는 마음이죠." (김명임씨)
처음부터 지금까지, 바라는 건 오직 '진실'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진실. 어려운 요구일까. 숨기는 자들이 두려워하는 건 무엇일까. 아직도 '진상규명'을 외치게 만드는 답답한 현실. 그러나 노란리본은 그 어둠에 머무르지 않는다. 서로의 손을 잡고, 빛을 향해 나아간다. 그 빛 아래, 아픔은 그 모습을 바꾼다. 힘 있는 외침으로, 관객과의 연대로 말이다.
"저희가 여기 오기까지 스스로 혼자 걸어온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수많은 발걸음이 함께 했지요. 넘어지지 않을 수 있게 지탱해주신 동행자들 덕분이었어요. 앞으로도 잊지 말아 주시고, 끝까지 힘을 내봅시다." (김명임씨)
*노란리본 '기억여행' 배우들 : 박유신(2-3 정예진 엄마), 박혜영(2-3 최윤민 엄마), 김명임(2-7 곽수인 엄마), 이미경(2-6 이영만 엄마), 최지영(2-6 권순범 엄마), 김순덕(2-1 장애진 엄마), 김도현(2-7 정동수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