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크리스마스
김정아
크리스마스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이 환 했다. 밤새 눈이 듬뿍 내렸고, 또 계속 내리고 있었다. 내가 사는 밴쿠버에서 원래부터 기대도 하지 않았던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이곳은 원래 밤새 눈이 와도 아침에 비로 바뀌어 오후에 다 사라지는 날씨인데,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종일 눈이 왔다. 마치 하늘에서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다.
크리스마스는 평화롭게 지나갔다. 모든 것들이 계획대로 된 것은 아니었지만, 조용하고, 아름답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준비하면서 종종거렸던 시간도, 당일의 느긋함과 넉넉함도 연말을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기쁨으로 충만하였다.
아마 일 년 중 가장 분주한 시즌이 이때가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준비하고 보내는 것은, 사실 한국에 살 때는 쉽게 생략하는 일이었다. "그냥 마음만 전하면 되지"라든가, "받는 사람도 부담스러울 수 있어" 같은 것이 그 이유였다. 사실 나도 선물을 받고 나면 뭔가 다시 보답을 해야 하는 부담스러움을 갖곤 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살게 되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부지런히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기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준비하는 즐거움이 눈에 보여 부러웠나 보다.
별다른 선물은 아니었다. 고급 물건도 아니고, 비싸게 구매한 물건도 아니다. 그저 집에서 만든 이것저것을 담아서 그야말로 '크리스마스'를 담아 보내는 기분으로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선물은 가족들에게 우선적으로 준비되고, 그다음은 친구와 이웃이었다. 남편은 혼자 사시는 누님과 형수께 준비를 했고, 코로나19 때문에 모이지 못하는 자식들을 위해서 바구니를 준비했다. 이번엔 꼭 모여서 즐거운 식사를 함께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에 이 바구니는 꼭 필요했다. 그리고 또한 이웃집을 위한 바구니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