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미친 사람들" 윤석열, 중앙지검장 땐 수백명 통신 조회 '옹호'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홍준표 수행비서 논란에 "통화 내역 조회해 상대방 수백명 나오면..."

등록 2021.12.30 18:04수정 2021.12.30 21:15
56
원고료로 응원
a

국정감사 증인 선서하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10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산하 지검ㆍ지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많은 언론인들 통신 사찰하고, 우리당 의원의 60~70%가 통신사찰을 받았습니다. 저도 저, 제 처, 제 처 친구들, 심지어 제 누이동생까지 통신사찰했습니다.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닙니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대구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자신과 아내 김건희씨, 다수의 국민의힘 국회의원, 여러 언론인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을 '사찰'로 규정하고 분노를 나타냈다. 그는 "공수처장 사표만 낼 것이 아니라 당장 구속수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수처를 상대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현안질의에서 "야당 사찰" 주장을 강조했다. 이들은 "피의자나 핵심사건관계인의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한 것"이라는 김진욱 공수처장을 거세게 비판했다. 

검찰 출신 유상범 의원은 "(공수처가 통신자료를 조회한) 국민의힘 의원 단톡방 있는 사람 중에 고발사주 의혹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다고 추출된 게 있느냐"면서 "나는 25년 수사했지만, 검찰이 이렇게 수사한 적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4년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이었던 윤석열 후보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 수행비서 손아무개씨 통신자료 조회에 따른 사찰 논란에 휩싸인 검찰 수사팀을 옹호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8월 서울중앙지검과 육군본부가 손씨 통신자료를 조회했는데, 홍 대표는 "정치 사찰"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반박했다.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 중인 2건의 사건 수사 대상자와 수회 통화한 다수 상대방의 전화번호 가입자에 대한 인적사항을 확인하던 중 그 중 한 명의 이름이 손씨라는 사실만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4년 전 사찰 주장 반박했던 윤 "통신자료 조회는 가입자 조회"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은 그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수사팀 입장을 거들었다. 당시 노회찬 정의당 국회의원은 왜 손씨에 대한 통신조회를 했는지 물었다. 윤석열 검사장의 답이다.


"통신조회는 통화 내역이나 실시간 위치 추적하는 통신조회도 있고요. 이것은 그런 통신조회가 아니고, 어떤 혐의자에 대해서 또는 혐의자성 참고인에 대해서 법원의 영장을 받아서 통화 내역을 조회했는데 그 상대방이 수십 명, 수백 명이 나오면 그중의 한 사람으로서…… 전화번호가 쭉 나오면 이 전화번호의 가입자가 누구인지 가입자 조회를 말하는 겁니다."

노회찬 의원이 수사대상자와 통화한 이름을 확인했다는 서울중앙지검의 입장을 재차 물었다.

- 노회찬 의원 "중앙지검장님, 그러면 이게 맞습니까? 제가 중앙지검 관계자로부터 들은 얘기는 뭔가 하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건을 수사했다. 그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이름을 확인하던 중에 그중의 한 명이 손모씨라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그 손모씨가 홍 대표의 수행비서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고 구체적 통화 내역도 확인하지 않았다', 맞습니까?"
- 윤석열 검사장 "맞습니다."

노회찬 의원은 손씨 이름만 확인하고 왜 통화했는지 알아보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윤석열 검사장이 상세하게 설명했다.

"저희가 통화 내역 조회를 하고 나서 가입자 확인이 되면 그 가입자가 어떤 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의료보험공단이라든가 이런 데 직업을 확인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필요한 부분만 자세하게 들어가고 그 몇 백 명 가입자를 전부 다 일일이 전화해서 또 왜 통화했느냐고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고요. 이번에 본인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셔서 저희가 다시 한 번 확인을 해 봤습니다. 그러나 특별히 문제 있는 것은 없었고 저희가……"

무엇을 확인했느냐는 노 의원의 질문에 윤 검사장은 "그러니까 저희가 지금 밝힐 수는 없지만 수사 중인 사건과 이분이 어떤 관련이 있을지를 봤는데 특별한 정황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유상범 의원은 이날 범죄와의 관련성 없는 사람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4년 전 윤석열 검사장의 발언은 달랐던 셈이다.
 
a

'공수처 해체' 피켓 지나는 김진욱 공수처장 김진욱 공수처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야당 의원들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를 사찰 의혹이라며 공수처 해체 및 김진욱 공수처장 사퇴를 주장했다. ⓒ 공동취재사진


민주당 의원들, 윤석열 후보 발언 거론하며 역공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현안 질의에서 2017년 10월 윤석열 검사장이 국정감사장에서 한 발언의 음성을 일부 공개했다. 소 의원은 "윤 후보는 과거 노회찬 의원이 오늘 야당 의원님들이 하신 질의와 똑같은 질의를 하니까, 통신자료 확인은 가입자 조회에 불과하다고 했다"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송기헌 의원도 윤 후보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통신자료 요청과 불법사찰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윤석열 후보가 잘 알 것"이라고 지적하자, 김진욱 공수처장은 "수사기관에 오래 몸 담았을테니 누구보다 잘 아실 것"이라고 답했다. 송 의원은 "윤석열 후보가 이딴 이야기하는 것은 안 맞는 이야기다. '내로남불'이거나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댓글5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