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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들이 좋아한다는 '막사', 알고보니

1970년대부터 마셨던 전통 있는 제조 방법... 단맛을 향해 가는 막걸리

등록 2022.01.05 15:06수정 2022.01.0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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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 세대들을 입맛을 사로 잡기위한 양조 업체들의 노력이 치열하다. 그 결과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반영한 제품들이 속속 출시 되고 있다. 한 양조 업체는 죠리퐁 맛 막걸리와 바밤바 맛 막걸리를 출시하기도 했다. 과거 같았으면 이런 제품의 출시가 가능했겠냐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한 막걸리 중 막걸리에 사이다를 섞어 마시는 레시피를 응용한 일명 '막사' 막걸리가 출시되었다. 막걸리에 사이다를 섞어 먹어본 경험이 없는 소비자는 왜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어 먹는지 모를 것이다.


하지만 '막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은 맛이 막걸리만 마시는 것보다 탄산감과 단맛이 있어서 더 맛있다고 이야기 한다. '막사'의 탄생은 스스로 재료를 조합해 레시피를 만들어 내는 소비자인 '모디슈머' 사이에서 인기를 모은 레시피를 실제 제품으로 출시한 것이다.
  
GS25에서 선보이는 '막사' 상품   막걸리에 사이다를 넣은 맛을 기본으로 만든 모디슈머 제품
GS25에서 선보이는 '막사' 상품 막걸리에 사이다를 넣은 맛을 기본으로 만든 모디슈머 제품서울장수막걸리
 
'막사'가 최근 유행한 레시피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사'는 1970년대부터 마셔왔던 전통이 있는 제조 방법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197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막걸리에 사이다를 섞어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박정희 대통령은 양은 주전자에 막걸리와 칠성사이다를 3분의 1씩 넣은 후 "이게 막걸리와 사이다의 비율이 중요해"라고 말한다.

이 장면이 실제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1977년 이전 밀가루로만 막걸리를 만들던 상황에서 쌀 막걸리가 부활 되면서 밀에 입맛이 길들여진 사람들이 쌀로 빚은 막걸리를 심심하게 느꼈던 것 같다. 막걸리 맛이 예전과 같지 않게 느낀 사람들이 맥주나 사이다를 타서 마시는 것을 즐겼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어 마시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결국, 영화 장면에 막사를 만드는 것이 단순한 상상만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막사를 제조하는 영화 장면  '남산의부장들' 영화에서 박통(이성민)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에게 줄 막사를 제조하는 장면.
막사를 제조하는 영화 장면 '남산의부장들' 영화에서 박통(이성민)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에게 줄 막사를 제조하는 장면. 영화 '남산의부장들'
 
이 밖에도 1980년대에도 막걸리의 소비가 감소되기는 했지만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어 마시는 것은 대학생들 사이에 흔한 모습이었다. 매일경제 82년 9월 6일자 '대학생 은어 외래어가 많다'라는 기사 내용을 보면 "막걸리+사이다를 막사이사이"라고 부르는 외래어를 쓴다고 하고 있다. 대학가의 '막사이사이'라는 단어가 기사화가 될 정도로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는 것이 보편화 된 것이었다.

과거 전통주 중에는 물을 적게 사용해서 단맛이 강한 술들이 있었다. 하지만 물을 많이 사용하는 상업화된 막걸리가 대부분이었던 당시 막걸리는 단맛은 강하지 않았다. 쌀에서 생성되는 단맛이 대부분이었기에 과거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시큼텁텁한 막걸리 맛을 막걸리의 대중적 맛이라 할 수 있다.

조상들이 마셔오던 막걸리에는 첨가물을 넣지 않았기에 전통 보존 차원에서 감미료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1969년 이후 신문 기사를 보면 탁주에 사카린을 사용한 양조업자에게 벌금을 내린 기사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당시 사카린은 단맛을 내는 감미료로 여러 산업에 사용되었지만, 막걸리에는 어떠한 첨가물도 사용을 할 수 없었기에 사카린을 넣는 것이 불법이 된 것이다.

하지만 식생활이 변하면서 다양한 음식과 식품에서 단맛을 알아버린 소비자들은 단맛이 적은 막걸리를 마시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기에 막걸리에 사이다를 섞어 마시는 방법으로 즉석에서 단맛을 첨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양조장은 막걸리에 단맛이 있으면 소비자들에게 많이 팔 수 있을 것을 알았기에 정부에 감미료 첨가를 합법화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결국 시대의 흐름에 맞춰 소비자도 단맛이 들어간 막걸리를 원했고 주질 향상 및 현대인이 기호에 맞는 주류 개발 유도를 위해 탁주에 감미료를 넣는 것이 허용되게 되었다. 그 결과 감미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1990년 12월 31일부터이다. 처음에는 아스파탐과 스테비오사이드 두 가지의 감미료만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했다. 지금은 10가지 정도의 감미료들이 사용 허가가 되어 있다.
 
아스파탐 현재 막걸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감미료
아스파탐현재 막걸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감미료이대형
 
막걸리에 감미료를 넣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다. 감미료를 넣지 않고 만들 수 있고 이것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과 가격을 충족한다면 감미료를 굳이 넣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최근 감미료를 넣지 않고 순수하게 쌀에서 분해되어 나온 당을 최대한 이용한 프리미엄 형태의 막걸리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그러한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대중화된 막걸리들은 가격과 유통상의 여러 이유로 감미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 앞에서 한 이야기처럼 감미료를 넣은 제조법도 우리의 시대적인 변화 요구에 따라 생긴 우리만의 제조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현재 막걸리 시장을 보면 다양한 프리미엄 막걸리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젊은 층의 막걸리에 관한 관심을 끌어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중적인 막걸리들도 이러한 관심에 새로운 제품들을 만들어 내면서 서로 시너지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아직 막걸리는 전체 주류 시장에서 10% 정도만을 차지하는 마이너 한 주류이다. 그렇기에 감미료가 들어간 막걸리와 들어가진 않은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들이 막걸리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브런치에 동시 게재합니다.
#막사 #막걸리 #사이다 #남산의부장들 #감미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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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연구를 하는 농업연구사/ 경기도농업기술원 근무 / 전통주 연구로 대통령상(15년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및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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