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똥의 인문학
역사비평사
돈으로 사고 팔던 똥
동아시아 나라들은 농업분야에서 서양보다 앞서서 실용적으로 똥을 농사에 활용했다. 똥은 화폐로 교환되는 상품이었다. 한국은 산업화 이전까지 농업에 많은 똥오줌을 퇴비와 비료로 사용했었다. 그러나 산업과 도시가 빠르게 발달하면서 서울에 많은 인구가 집중되었다.
똥을 처리하는 시설은 부족했고, 한강과 하천에 버리는 똥을 막기 위해서 행정은 똥을 치우는 일이 급선무였다. 똥을 수거하는 사업권을 차지하면 민간에서 비용을 받고 비료업자에게 팔아서 돈을 벌 수 있었다. 그야말로 큰 이권사업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위탁'을 받기 위해 일어나는 '비리'에 있었다. 업자들은 시 당국과 똥오줌 치는 계약을 하기 위해서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해달라며 청탁을 넣기도 했다." - 책 <똥의 인문학> 본문 중에서
돈 되는 똥테크 온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전까지 수세식 화장실은 많지 않았고, 많은 인원이 모이는 학교와 관공서의 화장실에는 오줌을 모으는 통이 있었다. 오줌을 화장품 원료로 쓴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 내가 살던 서울 근교의 과수원에서는 똥을 거름으로 사용하였다.
가정용 수세식 변기는 한번 사용할 때마다 10리터의 물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배설물을 치우는 데 너무 많은 물을 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물통에 벽돌을 넣고 물을 절반으로 줄여서 사용한 적도 있었다.
영화 <고요의 바다>는 지구에 부족한 물을 달에서 구한다는 황당한 줄거리를 담고 있다.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위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실재하는 위험이다. 고갈된 자원을 지구 밖에서 찾으려는 기술보다는 오염되고 버리는 것을 다시 사용하는 순환기술을 만드는 것이 훨씬 빠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적정기술은 환경파괴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친환경적인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생태화장실이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간단하게 똥오줌을 분리하여 냄새가 없으며, 거름으로 순환하는 농사에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 배출하는 엄청난 양의 똥오줌을 처리하려면 지금의 생태화장실은 적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화장실과 하수처리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진공식 화장실과 하수관 체계는 지금까지 세계 곳곳의 마을과 소도시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해온 대안적 시스템이다. 만약 이러한 시스템을 마을이나 아파트 단위로 내부화, 지역화한다면 똥오줌의 배설과 처리, 물의 사용과 환경에 대해 직시하게 되고, 지역적 자기 책임을 갖게 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똥오줌을 분리하는 생태화장실의 변기
오창균
버리면 똥 된다
인분과 가축분뇨는 화학비료를 대신하여 친환경농사의 거름으로 만들 수도 있고, 발효기술로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건축용 벽돌과 미장재 뿐만 아니라 가구를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인류의 삶이 지속가능했던 것은 자연생태계와 밀접한 유기순환으로 환경을 보존했기 때문이다. 똥을 자연순환의 관계에서 단절시킨 것은 농업기술의 발전과 도시 인구의 과밀화, 청결한 위생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똥을 더럽고 혐오의 물질로 인식하도록 만든 것은 인간의 실수였다. 지금은 공장식 축산에서 쏟아지는 가축분뇨의 문제까지 더해졌다. 다행히 똥을 재생에너지로 순환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과 생태적인 대안이 생겨나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똥의 인문학 - 생태와 순환의 감각을 깨우다
김성원, 박정수, 소준철, 오영진, 전혜진, 차민정, 최진석, 한만수 (지은이),
역사비평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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