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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멸공' 행보... 당 안에선 '할많하않' 또는 '낄끼빠빠'

'철지난 이념 공세' 우려하면서도 내부 총질 걱정... "표 깎아 먹는 것"

등록 2022.01.10 15:03수정 2022.01.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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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이마트 이수역점에서 장보기에 나섰다. ⓒ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멸공' 메시지를 놓고 당내에선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재결합 후 2030세대를 겨냥한 홍보 전략이라 우선은 지켜보는 모양새지만 대체로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의 분위기다. 

지난 8일 이마트 이수역점에서 장을 본 윤석열 후보는 달걀, 파, 멸치, 콩을 사면서 '달(문)파멸공' 메시지를 내놨다. 이에 나경원·김진태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도 이른바 '멸공 인증'을 이어갔다. 하지만 멸공 메시지가 부각되면서 철지난 이념 공세란 지적과 함께 자중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북 남원·임실·순창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지난해 12월 윤 후보가 새시대준비위원회를 통해 영입한 이용호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서 "표현의 자유는 존중한다. 그러나 좌우 막론하고 멸공을 외칠 때는 아니다. 이쯤에서 멈춰주시길"이라며 "멸공은 1950∼1960년대 한국전쟁 후 구호일 뿐 지금은 누가 뭐래도 남북 평화 공존의 시대"라고 지적했다. 

한국전쟁 뒤 지리산을 중심으로 빨치산 토벌작전이 벌어진 지역에는 아직도 멸공과 같은 말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는 만큼 이같은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걸로 보인다. 

대다수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당내 비판 여론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자중지란을 겨우 벗어난 상황이라 자칫 논란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10일 "(윤 후보의 멸공 메시지에) 말할 게 없다.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 그야말로 '할많하않'이다.

다른 초선 의원은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젊은 우리 당원들이 (멸공 인증을) 하는 건 괜찮은 것 같지만 우리 당 올드한 분들이 하면 별로다"라며 "(멸공 인증을 그만하자는) 이용호 의원의 지적에 우리 당 많은 의원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갈라치기 아닌가. 과거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라며 "우리 당을 원래 지지하는 사람들 앞에 가서 센소리를 하면 잘한다고 하지만 (중도층의) 표는 깎아 먹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리긴 아깝고 대놓고 쓰긴 어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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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윤석열이 '이마트 장보기' 관련 질문에 대답하는 장면. 국민의힘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태 전 의원은 '달파멸콩'이라는 해시태그를 '문(재인)파 멸공'이라고 풀이했다. ⓒ 유튜브 갈무리

 
당 공식 라인에선 '줄타기 전략'을 펴고 있다. 멸공 메시지가 2030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극우 이미지가 덧씌워지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활용하려는 모양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10일 선대본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멸공 메시지는) 선대위 방침으로 낸 게 아니다. 밖에서 한 얘기다. 선대본의 공식 입장이나 공식 슬로건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선거대책본부 직능본부장을 맡고 있는 조경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국민들의 호응이 좋다. 멸공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해학적인 풍자이기 때문에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이념적으로 보지 말고 색깔론으로 보지 말았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너무 우경화되지 않게) 메시지 관리를 잘해야 할 것"이라며 "제가 (2030 세대와 5060 세대) 중간에서 역할을 잘하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장예찬 공동청년본부장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가볍게 언어유희로 시민들의 놀이가 되고 있고, 호응도 좋다"라며 "하지만 여기에 의원들이 껴서 하는 건 좀 아니라고 본다. 한 마디로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의 줄임말)'다. 시민들의 놀이로 남겨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달파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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