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영 시인은 늦은 나이에 본격적으로 시를 쓴 만큼 좋은 시를 쓰기위해서는 더 열심히 노력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들꽃시문학회 회장과 각종 시인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방관식
60이 한참 넘은 나이에 시인이란 명함을 갖게 된 늦깎이지만 황희영 시인의 작품에서는 수 십년 시를 써온 사람보다 더 진중한 내공이 느껴진다.
작품 하나하나에 자신이 살아온 발자취가 들어 있는 탓이다. 작품에 배어 있는 짙은 그리움과 슬픔에 대해 황 시인은 이렇게 답했다.
"고향(충북 청풍)이 수십 년 전 수몰됐습니다. 그리고 자식 하나를 가슴에 먼저 묻었죠. 오래된 이야기지만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금도 가끔 고향 근처를 찾아가고, 하늘나라에 있는 딸과 대화를 나눠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시는 제 마음을 달래주기도, 때론 슬프게도 합니다."
늦게 배운 시 쓰기는 이제 그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지난 2017년 계간 '한국시원' 신인상으로 등단 후 좋은 시에 대한 열정으로 천여 편의 시를 써낼 수 있었고, 그중에서 고르고 골라 '개심사 가는 길', '별빛 기도' 등의 시집을 선보였다.
황 시인의 시 쓰기는 70을 넘긴 지금도 치열하다. '이 나이에 이정도면 됐지' 하고 만족할 만도 하지만 그에게는 천만의 말씀이다.
시는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쓰는 사람의 혼을 넣어야 한다는 시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까닭에 시구 하나도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다.
요즘 한창 고민하고 있는 작품이라며 스마트폰에 저장해 온 '붉은 안개'란 시를 읽어 준 황희영 시인은 앞으로는 이런 시를 쓰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지금까지는 그리움과 슬픔이 담긴 시를 썼다면 앞으로는 그리움을 희망으로 승화시킨 작품을 써보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시를 쓴다는 것처럼 멋진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내 마음의 풍금
나팔꽃만큼이나 시들한 오후
선들바람 달맞이꽃을 흔들며 지나가고
때가 지난 물망초
돌아올 길 없는 시절로 저물어간다
열흘 피는 꽃보다 아름다운
산딸기 익어가고 메뚜기 뛰노는 너른 들 실개천
지독한 추억 문질러대며 흘러간다
초가을 햇살 화창한 우물가
빨래하는 누이 방망이 소리
청명한 바람에 들려오는 듯도 하고
가슴에 잠깐 머물렀던
얼굴빛 하얀 갈래머리 소녀의 뒷모습이
연보라 도라지꽃으로 피어오르기도 한다
전설이 돼버린 초등학교 운동장
아득하게 들릴 듯싶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책갈피에 끼워둔 단풍잎 같은 이야기들이
내 마음 풍금 같은 그리움으로
한 잎 두 잎 들춰지고 있다
어떤 볼트로도 조일 수 없는 헐거움이
굳어진 어깨를 짓누르는 바람에
이제 돌아와 두물머리 강둑에 서서
아직도 잊히지 않는 이름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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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애송시] 황희영 시인 '내 마음의 풍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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