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모습.
연합뉴스
아마 듣고 싶었던 대답이 아니었나 보다. 대답을 듣고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곧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경험상 이런 경우에는 나중에 다시 반박하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나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아. 며칠 후 문자가 왔다.
"근데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사상 최고 수치이고, 코로나19 기간 동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제는 재정 건전성을 생각해서 정부 지출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데? 안 그러면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이 간대."
이거 단단히 준비한 모양이다. 잠시 숨을 고른 후 긴 답장을 보냈다.
"맞아. 이미 알고 있겠지만, 현재 코로나19로 경제 외부 충격이 있는 상황이라, 국가 세수는 줄고 재정지출은 늘어 큰 정부 재정적자가 발생했어. 거기에 국내총생산까지 줄어서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가파르게 증가했지. 근데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건 글쎄. 물론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19년에서 2020년 1년 사이에 16.5% 증가했는데, 미국(23.7%), 일본(11.1%), 프랑스(18.6%)에 비교해보면 특별히 크게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거든.
코로나19 동안 쌓인 정부 재정적자가 미래세대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도 사실 동의하기 어려워. 나라 빚은 개인 빚과는 다르게 정확히 언제까지 누가 갚아야 하는 것이 아니거든. 빚을 내서 좋은 곳에 투자해 경제성장률(상환능력)이 올라가면 무슨 문제가 되겠어. 실제로 박정희 정부 때 높았던 재정적자를 우리가 지금 부담하고 있을까? 아니야. 당시 산업시설, 사회간접자본에 투자되어 경제성장률을 가파르게 상승시킨 덕분에 60~70년대 정부 재정적자는 현 세대에 전혀 부담이 되고 있지 않아. 결국 꼭 필요한 곳에 정부가 빚을 내서 재정을 투입한다면, 정부부채는 미래세대에 부담이라기 보다는 선물이 될 수 있지.
다시 말하지만, 국가부채에서 중요한 건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야. 코로나19 위기가 끝나고 경제성장률이 정상화되면 이 비율은 자연스럽게 안정화 될 거야. 어떻게 아냐고?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정부 부채의 이자율(10년 국고채 기준)은 1.5%인데, 경제성장률은 보통 1.5%보다 높거든. 쉽게 말해, 네가 다음 해 이자로만 15만 원을 내야 한다고 하더라도, 연봉이 100만 원 증가한다면,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겠지?
물론 연봉이 올랐다고 터무니없이 더 돈을 빌리면 곤란하겠지만. 국가채무도 마찬가지야. 코로나19 경제위기 이후에 다시 국채이자율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국가 재정건정성을 크게 걱정해야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야. 만약, 정부가 재정건정성을 걱정하느라 꼭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투자하지 못하면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침체되서 재정건정성이 악화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지.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관심있게 지켜봐야하는 것은 재정건정성이 아니라 정부재정이 반드시 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는 지라고 생각해."
답장이 너무 길었던 탓이었을까. 한참이 지난 후에야 답장을 받았다.
"아 그렇구나. 고마워! 그러면 어느 정당 후보가 정부재정을 반드시 필요한 곳에 쓸 것 같아?"
하하하, 두 번은 당하지 않지. 다행히 이번에는 일찌감치 질문의 의도를 간파하고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었다.
"그걸 알면 내가 정당 대선캠프에서 일하고 있지, 파리에서 공부하고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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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는 세무학과 경제학을 공부했습니다. 신입생 첫 수업 과제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읽고 감명 받은 바람에, 회계사, 세무사, 공무원이 되어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다른 동기생들과 다르게 프랑스로 떠나, 바게뜨와 크로와상만 주구장창 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위안인 점은 프랑스 빵이 정말 맛있다는 점과 토마 피케티를 매일 본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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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앵 경제학 살롱] 알아두면 쓸 데 있는 국가채무에 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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