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권 전 국회의원이 펴낸 책 <김정권의 의령 이야기> 표지.
김정권
조만간 '형편 좋고(宜) 편안한(寧) 땅' 의령(宜寧)의 구석구석을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 몇 병 든 가방만 메고 배가 고프면 '소바' 한 그릇하고, 또 가다가 해가 지면 '쇠고기국밥'이나 하면서 형편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편안한 이야기를 실컷 듣고 싶다.
<김정권의 의령 이야기>를 읽고 든 생각이다. 김정권 전 국회의원이 의령 구석구석을 다니며 풍광과 함께 역사, 인물 등 여러 이야기를 쓴 책을 펴낸 것이다.
먼저 발걸음 했던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 손을 잡고 친척 집을 다니던 그 길은 아버지의 시간을 걷는 것과 동시에 내 지나온 시간을 걷는 길이다"고 했다.
책에는 "구여순 선생과 만세운동", "솔바위의 전설과 재벌", "호암 이병철 생가", "백산 안희제", "허목 선생", "한뫼 안호상", "아시아 최대 장학재단 설립한 의령 사람 이종환", "소윤 김윤생", "조선어학회 사건 이극로 박사", "민족 교육자 강성갑", "소년 김윤생" 등 사람 이야기가 많다.
'의령 3·1만세운동'을 소개한 글에는 "사흘 동안이어진 만세운동ㅇ서 100여명이 검거되었고 이중에서 30명은 끝내 재판에 회부되어 실형을 언도받고 옥고를 치렀다"며 "의령 전체가 대한독립만세의 함성으로 뒤덮였다"고 되어 있다.
'의령 솔바위(정암)'을 소개한 저자는 "의령 정곡에서 삼성 이병철 회장, 진주 지수에서 금성 구인회 회장, 함안 군북에서 효성 조홍제 회장이 태어났다"며 "정암을 가운데 두고 반경 20여리 안에서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창업주 3명이 태어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정암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곡식과 재물의 상징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경남에서 가장 군세가 초라한(?) 의령의 현실에 씁쓸하기도 하지만 언젠가 이름과 상징에 어울리는 의령의 모습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영화 <말모이>에서 배우 윤계상이 연기한 류정환의 실제 인물은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이극로 박사다. 그는 의령 두곡마을 출신이고, 지금도 생가가 있다.
저자는 책에서 "남북 분단 이후 북행의 이력 때문에 민족 어문의 표준화와 사전 편찬에 공헌한 이극로 박사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유보되어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고려한다면 고향 후학들의 더 큰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백산 안희제 선생에 대해 김 전 의원은 "대한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친 백산은 민족사상의 고취자요 민족교육의 선각자요 민족자본의 육성자요, 민족언론의 선구자였다"며 "그의 정신은 천세만세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저 이우식 선생을 소개한 글에서 저자는 "대한민국 최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가 의령에 잠들다"고 했다. 1891년 만석꾼 집안 독자였던 이우식 선생에 대해, 저자는 "'이우식 앞에서 돈 자랑하지 마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로 큰부자였지만 재산을 불리기보다는 오직 기부와 소작인의 구휼 활동에만 전념했다. 의령 일대에 송덕비 12기, 추모비 3기가 있다"고 소개해 그 정도를 짐작할만하다.
김 전 의원은 이종환 회장한테서 들었던 "돈이라는 게 한번 단념하기로 마음먹으면 아주 편하다. 하나도 아깝지 않다. 마음 속 마지막 끈마저 놓아버리니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요즘에도 나는 내 손에 쥔 모든 것을 철저히 비우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본다. 마음 비우고 좋은 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게 건강 비결인 것 간다"고 한 말을 책에 소개해 놓았다.
또 책에 실린, "기네스북에 오른 큰줄땡기기", "구름도 쉬어가는 낙서면 오운마을", "메밀 국수의 비애", "들녘의 희귀한 섬나무", "사색로를 걸으며 치유하는 남산", "지혜와 광명의 산이 부림면에 있다"는 제목의 글도 재미있다.
김 전 의원은 정치 활동을 하면서 겪은 '일화' 등에 대한 글도 책에 담아 놓았다.
"정치에도 에프터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글에서 그는 "언제부턴가 우리는 정치 혐오에 걸려 있다.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다"며 "유권자들이 보다 더 철저한 '에프터 서비스' 정신을 가진다면 우리 정치는 한 단계 더 성숙할 것"이라고 했다.
조해진 국회의원은 "의령 이야기 일독을 권한다"고, 김태호 국회의원은 "<김정권의 의령 이야기>를 일독하면 의령을 자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경남도의원, 국회의원(17, 18대), 한나라당 사무총장, 경남발전연구 원장 등을 지냈고, 의령예술촌 회원과 한국예술협회 초대작가 등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정권 전 의원은 오는 22일 오후 2시 의령군민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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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권 전 의원 "형편 좋고 편안한 '의령'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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