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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가 녹으면서 벌어질 뜻밖의 재앙

[신진화의 백 투더 퓨처] 빙하에 들어 있는 오염 물질

등록 2022.02.08 16:05수정 2022.02.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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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학자.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에서 빙하로 과거 기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과거는 미래의 열쇠입니다. 미래 이산화탄소 농도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빙하 속에 기록된 80만 년 동안의 과거 이산화탄소 농도 기록을 여러분께 읽어드리겠습니다.[기자말]
 

캐나다 록키산맥에서 눈 샘플을 채취하는 모습 ⓒ Anna Szczur


빙하는 과거의 대기와 환경 변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타임캡슐이라고 합니다. 빙하에는 지금까지 살펴본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인류 활동에 의해 쓰기 시작한 오염 물질 또한 켜켜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꽁꽁 얼어 있었던 빙하가 기후 변화로 다 녹아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빙하가 있는 대표적인 곳은 우리가 잘 아는 극 지역에 위치한 그린란드와 남극입니다. 그 외에도 고도가 높은 산에도 눈이 녹지 않고 빙하로 존재합니다. 히말라야나 캐나다 록키산맥이 대표적입니다. 남극 빙하나 그린란드 빙하에는 전 지구적인 기후나 환경 변화들이 기록되어 있는 반면에 고산 빙하에는 그 주변 지역의 환경이나 기후들이 잘 기록되어 있습니다.

자연에서 절대로 분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이라고 부르는 잔류성 오염 물질(유기 화학물질)이 있습니다. 이는 면역 체계와 호르몬 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입니다. 산업 활동으로 이 화학 물질들이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으로 1970년대 초까지 사용하다 금지한 유기 염소 계열의 살충제(DDT)와 화장품이나 패스트푸드 포장지 등에 사용 중인 과불화옥테인술폰산(PFAS)이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고산 빙하들이 녹기 시작하면서 고산 빙하가 이 화학 물질의 중요한 공급원이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캐나다 로키산맥에서 진행한 연구를 살펴보면, 고도에 따라 눈 샘플을 채취해 분석해 본 결과 산업 활동과 농경 활동이 다른 도시 지역에 비해 희박한데도 잔류성 오염 물질의 농도가 고도가 높아질수록 증가했습니다(Blais et al., 1998). 게다가 휘발성이 높을수록 고지대에 더 많이 축적됩니다.
 

캐나다 록키산맥 ⓒ Anna Szczur

 
저지대에 생성된 잔류성 오염 물질이 높은 산에 더 많은 것은 바람의 방향과 온도 때문입니다. 낮 시간에는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바람이 붑니다. 낮 시간 동안 저지대가 데워지면서 바람이 산의 경사면 위로 상승합니다. 이때 이 바람의 이동 범위는 수백 킬로미터에 해당하며, 이 바람에 따라 도시에서 생성된 오염 물질이 고도가 높은 곳으로 이동합니다.

강수량은 고도에 따라 증가합니다. 저지대에 있던 유기 화학 물질이 증발하여 경사진 바람을 타고 더 높은 곳으로 운반되고, 비나 눈에 의해 고지대에 쌓이게 됩니다. 휘발성이 강한 유기화학물은 차가운 곳에 더 선택적으로 잘 머물게 되기 때문에 고지대에 유기 화학 물질이 더 많이 축적됩니다.

반대로 밤 시간에는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바람이 부는데, 고지대의 낮은 온도가 휘발성이 강한 유기 화학 물질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바람이 불어도 유기 화학 물질이 저지대로 잘 이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지대에서 형성된 오염 물질의 농도가 고지대에서 높게 관찰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잔류성 오염 물질이 캐나다 고산 빙하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유기 염소 계열인 살충제(DDT)의 기록을 예로 살펴보겠습니다. DDT는 1960년대 미국과 캐나다에서 널리 사용되다가 위험성 때문에 1973년도 이후부터 사용이 금지되었습니다. 캐나다 서부에 위치한 록키산맥의 스노돔에서 복원한 DDT 농도를 보면, DDT의 농도가 1960년대에 높았다가 사용 중지 이후 하강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Donald et al., 1999).  

이런 오염 물질들이 보관되어 있던 빙하가 지구 온도의 상승으로 녹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2100년이 되면, 2005년에 비해 캐나다 서부의 빙하가 7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빙하가 녹는다는 말에 그치지 않습니다. 캐나다 고산 빙하에 갇혀 있던 오염 물질이 흘러나올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 오염 물질이 물을 마시는 동물들의 체내에 축적돼 최종적으로는 우리 몸에도 쌓이게 될 것입니다.

오늘부터 모든 오염 배출을 멈춘다고 해도 오염 물질은 갑자기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구 곳곳에 우리가 그동안 배출한 오염 물질들이 잔류해 있습니다. 우리의 잘못이 카르마가 되어 우리의 삶을 위협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자연을 회복시켜야 할지 우리의 삶을 위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참고자료:
Blais et al. Accumulation of persistent organochlorine compounds in mountains of western Canada, Nature, 395, 585–588 (1998).
Donald et al. Delayed Deposition of Organochlorine Pesticides at a Temperate Glacier, Environ. Sci. Technol., 33, 11, 1794–1798 (1999)
#고산빙하 #기후위기 #빙하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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